“노사 갈등으로 공장 가동이 멈추는 일이 반복되면 한국GM은 매우 불리해질 것입니다.”
제너럴모터스 본사 고위 임원인 도닉 맥도웰 노사관계 총괄부사장이 한국GM 노조 지도부의 면전에서 “세계 40개 GM 공장이 물량을 따내려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며 ‘돌직구’를 던졌다.
1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GM 고위 임원들은 지난 11일 미국 디트로이트 본사에서 한국GM 노사 대표들과 면담한 자리에서 쓴소리를 끊임없이 쏟아냈다. 이들의 공통된 우려는 ‘불안한 노사관계가 한국GM의 일감을 끊을 수 있다’였다.
제럴드 존슨 글로벌 생산총괄 부사장은 “본사는 한국GM에 장기투자를 결정하기 위한 좋은 증거를 찾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한국GM에 노사협력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있어야 확신을 갖고 투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존슨 부사장은 미국과 멕시코, 한국 공장의 노사관계를 조목조목 비교하기도 했다. 매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과정에서 파업을 되풀이하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페레즈 글로벌 생산전략기획 총괄 책임 임원은 “한국 공장은 멕시코 공장에 비해 인건비가 높고, 파업이 잦아 생산과 관련한 확신을 주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또 “예전엔 파업 때문에 생산 손실이 발생하면 차후 회복하는 관례가 세계적으로 있었지만, 이제는 생산 차질이 애초에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기본이 됐다”고 우려했다. 스티브 키퍼 GM 수석부사장은 “한국GM 노조 관계자들이 (노사관계가 안정적인) 멕시코 실라오 공장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지 궁금하다”고 묻기도 했다.
본사 임원들의 공세에 한국GM 노조 지도부는 “전기차를 한국 공장에 배정해달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전기차를 배정받으면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한국GM 노조의 요구에 “앞뒤가 바뀐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안정적인 노사관계가 구축돼야 GM 본사가 새 물량 배정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각지에 있는 공장들이 전기차 물량을 받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는 마당에 한국GM 노조는 노사관계 안정을 위해 전기차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본사는 오히려 한국 배정 물량을 더 줄일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김성갑 한국GM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지도부 3명과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등은 지난 6일부터 1주일 동안 멕시코 실라오 공장과 미국 GM 본사를 방문했다. 실라오는 한국GM과 차세대 모델의 물량 배정을 놓고 경쟁하는 대표 공장이다. 이 공장 노조는 26년간 파업을 한 차례도 하지 않는 등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했다. 반면 한국GM 노조는 지난해에도 파업을 벌였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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