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급 차질에도 올해 들어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18일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올해 1~5월 양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한 7만6613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이는 같은 기간 286만대 판매로 27.2% 증가세를 보인 전체 글로벌 성장세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브랜드별로는 현대차가 4만3974대, 기아가 3만2639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2.6%와 105.5% 증가한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1~5월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판매량은 각각 3만839대, 1만5886대였다.
현대차는 북미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판매고를 올리며 선전했다. 1~5월 현대차 북미 판매량은 누적 9591대로 92%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국내 판매는 1만599대, 유럽 판매는 2만1393대로 각각 46%와 31% 증가세를 보였다.
기아는 북미와 유럽,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고르게 성장했다. 북미 판매는 4055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7.3%, 유럽 판매는 2만1511대로 108.7% 늘었다. 국내 시장 판매도 6597대로 96.5% 증가했다.
올해 전동화 전환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전기차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테슬라를 필두로 현대차·기아, 벤츠, 아우디 등 완성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신차 경쟁에 본격 뛰어들었다.
각 사는 앞다퉈 신차를 공개하면서 판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유럽 시장에 먼저 출시된 현대차 아이오닉5는 올 4분기 미국 시장에서도 판매를 시작한다. 기아 EV6와 제네시스 첫 전동화 모델 G80 일렉트리파이드와 GV60(프로젝트명 JW)가 연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수입차 중에서는 벤츠 EQA, 아우디 e-트론 GT 등이 출격 대기 중이다.
국내외 불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선호도가 높은 추세를 전기차 개발에 반영한 점도 판매에 힘을 불어넣은 것으로 양사는 보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내 SUV 신차 등록대수는 28만6065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4% 늘었다. 전체 승용 부문에서 SUV 비중은 43.9%로 세단 비중(39.1%)을 웃돈다. 해외에선 SUV가 이미 대세로 자리잡아 신차 판매의 70% 내외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까지는 내연기관차 플랫폼 기반으로 한 '파생 전기차' 판매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번 현대차·기아 전기차 판매 실적은 코나 전기차(EV), 니로 EV 등 파생 전기차 라인이 견인했다. 1~5월 누적 판매 기준 유럽과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의 코나 EV 판매 비중은 각각 74.1%, 84.6%에 이른다. 니로 EV도 유럽·북미 시장에서 각각 89.8%, 86.3%의 비중을 차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세계에 보급된 전기차는 전체 차량의 3% 수준"이라며 "현대차·기아의 올해 전기차 판매 실적 역시 아직 전용 전기차의 본격 판매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결과라 앞으로의 상승세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를 전기차 원년으로 선포하고 2025년까지 전기차 판매량을 100만대 수준으로 늘려 시장점유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현대차·기아·제네시스를 통틀어 총 23종 이상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다만 불안정한 반도체 수급 상황은 걸림돌이다. 연내 반도체 대란이 완전히 해소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돼 생산 차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전히 국내외 주요 공장들의 셧다운(일시중단)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현대차는 전날 이달 말까지 브라질 공장 근무 체제를 기존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도 지난 14일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국내에선 현대차 아산공장이 지난 16일까지 휴업했다가 전날 가동을 재개했다. 지난달 27~28일 생산을 중단했던 기아 미국 조지아 공장의 경우 가동 재개 이후 이달 14~23일 기존 3교대에서 2교대로 근무 체제를 전환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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