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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중립국 스위스 제네바의 고택 ‘빌라 라 그렁주’에서 3시간가량 만났다. 당초 예상됐던 4~5시간보다 짧은 만남이었다.
가시적인 성과는 두 가지가 꼽힌다. 첫째, 2026년 종료되는 핵 통제조약 ‘뉴 스타트’(New START·신전략무기감축협정)를 대체하기 위한 협상 개시에 합의했다.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핵전쟁으로 승리할 수 없고 절대 싸워서도 안 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전략적 안전성’ 원칙을 밝히면서다. 협상을 언제 시작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둘째, 양국이 각국 주재 대사를 원대 복귀시키기로 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는 올 3월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살인자’라고 부르고,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탄압을 이유로 러시아를 제재하자 본국으로 철수했다. 이에 맞서 존 설리번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도 모스크바를 떠났다. 두 정상은 이들을 다시 워싱턴DC와 모스크바에 내보내 경색된 외교 관계를 풀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의 정적으로 수감 중인 나발니에 대해선 “나발니가 옥중에서 사망하면 러시아에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를 통해 외국인 투자 등을 어렵게 하겠다는 경고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유죄 판결로 당국에 출석 의무가 있는 나발니가 의도적으로 체포됐다”며 탄압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관타나모 수용소, 시위대의 의회 난입 사태, 경찰의 강압적 진압에 따른 흑인 사망 등 미국의 아픈 곳을 건드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 대한 군대 배치도 ‘뜨거운 감자’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위협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분쟁 해결 협정을 위반했으며 러시아의 군대 배치는 합법적 군사훈련이라고 맞섰다.
회담 분위기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꽤 솔직했다”며 “양국 관계를 크게 개선할 전망이 있다”고 자평했다. 푸틴 대통령도 “신뢰의 섬광이 비쳤다”고 했다. 하지만 AP통신은 “두 정상은 회담 뒤 양국 관계에 대해 ‘재설정’이란 단어를 쓰지 않았다”며 이번 회담을 통한 양국 관계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합의된 것은 많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당초 미·러 당국자 모두 회담 전부터 이번 회담에 대한 기대 수위가 높지 않다고 밝혔다. 미국에선 권위주의 국가의 ‘스트롱맨(철권통치자)’ 푸틴과의 회담 자체에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미·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푸틴과 만났다. 핵심 동맹과의 결속을 통해 러시아를 압박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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