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광주 철거건물 붕괴 참사에 대해 "운전자의 본능적인 감각으로 액셀러레이터만 밟았어도 (희생자들이) 살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참사 책임을 버스기사에 떠넘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논란이 일자 송 대표는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발언 일부를 잘라내 기사를 썼다"며 "언론 참사"라고 반발했다.
송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붕괴사고 대책 당정협의 모두 발언에서 "바로 그 버스정류장만 아니었다 할지라도, 운전자의 본능적인 감각으로 뭐가 무너지면 액셀러레이터만 조금 밟았어도 사실 살아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하필 버스정류장 앞에 이런 공사현장이 되어 있으니 그게 정확히 시간대가 맞아서 이런 불행한 일이 발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재난현장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안타까워하고 분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광주 붕괴 참사 피해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2차 가해나 다름없는 망언"이라며 "가슴 아픈 참사의 책임을 애꿎은 피해자에게 전가하지 말라. 피해자와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비판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참담하다. 절망이다. 집권당 대표의 문제인식이 이 정도 수준이냐"며 "불법 다단계 하청구조가 만든 구조적 참사를 두고 시내버스 운전자를 탓할 생각을 어찌 상상해내느냐"고 했다.
그러나 송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버스정류장이 없었다면, 그래서 버스가 바로 그 시간에 정차하고 있지만 않았다면, 혹시 버스가 사고현장을 지나더라도 이상한 조짐이 보였으면 운전기사는 본능적으로 승객의 안전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했을 것이란 제 심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회의를 취재하던 어떤 기자는 제가 드린 말씀 중 일부를 잘라내 기사를 송고했다. '액셀러레이터만 조금 밟았어도'라는 대목만 키웠다"라며 "악의적인 언론참사"라고 주장했다.
송 대표는 "'사회적 공기(公器)'라는 언론이 '사회적 총기(銃器)'로 작동하는 현실을, 오늘 제가 직접 당했다"라며 "집권여당 대표인 제가 이럴진대, 일반 국민들은 어떻겠느냐. 미디어 환경을 개혁해야 하는 당위성을 오늘 언론들이 만들어주었다. 그런 점에서는 정말 다행이다. 미디어 환경 혁신에 제 정치적 소명을 걸겠다"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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