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코로나 백신…다시 기지개 켜는 '마이스 산업'

입력 2021-06-21 09:01  


스위스의 다보스는 인구가 1만 명 남짓에 불과한 작은 지방도시다. 취리히공항에서 내려 3시간쯤 기차를 타고 가야 닿을 정도로 외진 곳이다. 이 시골마을이 유명해진 계기는 1970년대 세계경제포럼(WEF)을 유치하면서다. 매년 1월 세계 정·재계 유명인사들이 총집결하는 이 행사는 ‘다보스포럼’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하다. 다보스는 국제 회의에 적합한 최신식 행사장, 접근성 좋은 교통망, 아름다운 알프스산의 풍경 등을 동시에 갖춰 컨벤션 개최지로 인기가 높다. 마이스(MICE) 산업을 잘 키워 도시 브랜드를 높인 대표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관광객 끌어모으는 ‘굴뚝 없는 산업’
마이스는 기업 회의(Meeting), 포상 관광(Incentive trip), 컨벤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의 앞글자를 딴 말이다. 좁은 의미에서 국제 회의와 전시회를 주축으로 한 유망 산업을 뜻하며, 넓은 개념으로 참여자 중심의 인센티브 여행과 대형 이벤트 등을 포함한 융·복합 산업을 가리킨다. 마이스는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일자리와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뛰어나다는 점에서 ‘굴뚝 없는 황금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가 해외여행을 가서 숙박, 식사, 관광, 쇼핑 등에 상당한 돈을 쓰는 점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이스 산업은 유럽 국가들이 선도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세계 전시면적의 약 20%인 270만㎡ 규모의 전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해외에서 가장 큰 다섯 개 전시장 중 네 곳이 독일에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 MWC를 유치해 이 행사로만 매년 수천억원을 벌어들였다.

마이스로 유입되는 해외 관광객은 대규모 단체인 경우가 많고, 1인당 소비액이 개인 관광객보다 월등히 많은 경향을 보인다. 또 각국에서 사회적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계층이기도 해 ‘입소문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영토가 작고 자원이 부족한 싱가포르, 홍콩 등도 일찌감치 마이스 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해 왔다. 서울을 비롯한 국내 여러 도시들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마이스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단됐던 대면 국제행사, 다시 열리나
성장가도를 달리던 마이스 산업에 코로나19 대유행은 초대형 악재였다. 그런데 최근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 백신여권 도입 등으로 국가 간 이동 제한의 빗장이 일부 풀리면서 조금씩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다. 1년 넘게 전면 중단됐던 대면 국제행사가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무기한 연기되거나 비대면으로 전환했던 대형 국제행사들이 대면 행사로 복귀하고 있다. 행사를 유치하기 위한 국가·도시 간 경쟁에도 다시 불이 붙었다.

인천 연수구는 오는 10월 27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제5차 유네스코 학습도시 국제회의(ICLC) 준비에 착수했다. 백신 접종자의 입국 규제가 완화되면 해외에서 들어올 참가자들이 꽤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행사에 각국 정부·도시 대표단이 직접 참가하면 코로나 사태 이후 1년 반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첫 대면 국제행사가 된다.

내년 5월 대구에서 예정된 세계가스총회도 대면 행사 준비에 들어갔다. 사무국은 총회 기간 5000여 명이 묵을 숙소 예약을 최근 마쳤다. 당초 온라인 개최를 검토했으나 참가 의향을 밝힌 해외 인사가 많았다고 한다. ‘방역 모범국’ 이미지에 힘입어 국제 회의나 포상 관광단의 한국행도 늘고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최근 20건에 가까운 국제행사를 따냈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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