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집값과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주거 부담이 덜한 곳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지역 내 원주민들이 부동산 가격 상승에 떠밀려 점차 밖으로 밀려나는 중이다. 서울 중심에서 밀려난 수요자들은 외곽으로, 또 수도권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공급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정부과천청사 용지 주택 공급 백지화 등 추진하던 수도권 도심 내 신규 택지 공급 계획도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임대차3법이 촉발한 전셋값 폭등도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매맷값을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경기도 집값은 지난달 첫째주(0.30%) 이후 △둘째주 0.31% △셋째·넷째주 각 0.32% △이달 첫째주 0.36% △둘째주 0.39% 등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지역별로는 시흥(0.96%)의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이어 안산(0.76%) 평택(0.74%) 안양(0.73%) 군포(0.71%) 등 순이었다. 부동산원은 “구축 및 저평가 단지 위주로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 지역에선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외곽 지역에서 매매 거래량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지난 5월 25개 자치구별 매매 거래량(18일 기준)을 보면 강서구(119%, 239→306건), 구로구(47%, 200→257건), 노원구(%, 391→460건) 등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외곽에서 오래된 소형 아파트들도 6억원대를 훌쩍 넘어서는 추세다. 도봉구 창동의 재건축 단지인 ‘주공17단지’ 전용 49㎡는 6억원 중반대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지난 4월 5억5000만원대에 팔렸지만 몇 달만에 1억원 넘게 값이 뛰었다. 중랑구 신내동 ‘신내6단지’ 전용 59㎡은 지난달 6억원~6억5000만원에 팔렸지만 한달 사이에 호가가 1억원 올라 집주인들은 7억원~7억5000만원선을 부른다. 노원구 상계동의 ‘주공12차’ 전용 66㎡도 올해 초까지만해도 6억7800만원에 팔렸지만 지난달엔 8억4000만원에 새주인을 찾았다.
노원구 N공인 관계자는 “6억원대 매물은 나홀로이거나 지하철역과 거리가 멀어 교통이 좋지 않은 단지에나 간간히 나올 뿐 거의 찾기 어렵다고 보면 된다”며 “요즘엔 젊은 사람들도 외곽에서 주택을 매매하는 건 매우 어렵다. 기존에 살던 지역 주민들도 매매를 하지 못해 서울 밖으로 많이 빠져 나갔다”고 전했다.

정부의 25번에 달하는 부동산 정책에도 서울의 집값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기도로 인구가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인구이동자 중 전입 사유로 '주택' 문제를 꼽은 답변이 31.4%로 가장 많았다.
자금력이 적은 20~30대 젊은층의 수요가 경기지역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경기 집값 증가세도 커지는 양상이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통계를 보면 경기지역의 5월 평균 아파트 가격은 5억1987만원으로 1년 전보다 1억2770만원 상승했다. 경기도 아파트는 처음으로 3.3㎡당 2000만원을 넘었다.
경기 남양주시의 U공인 대표는 “대부분 젊은층이나 신혼부부들은 LTV 70%(최대 한도 3억원)까지 대출해주는 보금자리론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 서울에선 대출 기준을 맞출 수 있는 6억원 이하 아파트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될 것”이라며 “출퇴근도 어렵고 아이들 학교 문제가 있어도 울며겨자먹기로 서울 밖으로 밀려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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