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국내 증시에 상장 예정인 대어급 기업은 10여 곳에 달한다. 다음달 크래프톤과 에스디바이오센서를 시작으로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현대중공업, 원스토어 등 몸값이 1조원이 넘는 기업이 줄줄이 공모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이들 대부분이 3분기 증시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공개(IPO)를 앞둔 중소형사들은 대형 공모주와 같은 날 투자자 모집을 진행할까 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대어급 기업에 관심이 쏠리면 투자자 모집이 예상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이틀간 진행되는 일반 청약 일정이 대어와 겹치면 청약 경쟁률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 경쟁이 치열한 공모주 시장에서 한 주라도 더 받으려면 투자금을 한 곳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월 SK바이오사이언스와 청약 일정이 겹친 바이오다인은 경쟁률이 48 대 1에 불과해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4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와 같은 날 일반청약을 진행했던 하이제6호스팩도 7.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SKIET에 국내 IPO 시장 역사상 최대인 80조9017억원의 증거금이 쏠리면서 비슷한 시기 공모를 진행한 기업들은 투자자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청약 증거금 환불이 2거래일 뒤에 이뤄지기 때문에 하루라도 청약 기간이 겹치면 인기가 많은 대어로 투자금이 집중된다”며 “어떤 기업이든 이런 상황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대형 공모주의 일정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기업들이 공모 일정을 마음대로 조정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대어를 피하려고 청약 일정을 연말로 미루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금리 상승세로 연말로 갈수록 증시 분위기가 주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아서다.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선 경기 회복과 물가 상승 등을 반영해 올해 말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기관들이 연말엔 결산을 앞두고 수익률 관리를 위해 신규 투자에 소극적인 것도 부담 요인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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