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발(發) 원자재 시장 패닉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금과 은 원유 옥수수 등 폼목을 가리지 않고 있다. Fed의 갑작스러운 조기 긴축 신호가 주식 채권 등 금융시장엔 별 타격을 주지 않았는데 원자재 시장에만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을 불러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급락세를 보인 건 지난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부터다. Fed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에서 첫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3개월 전보다 1년 앞당겨졌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총 18명의 Fed 위원 중 7명은 내년 금리 인상을 예상했기 때문에 차기 회의에서 긴축 속도가 더 빨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임 아슬람 에이바트레이드 수석 시장분석가는 “원자재 시장이 충격에 휩싸인 건 Fed가 (예상과 달리) 금리 인상 시간표를 조정했기 때문”이라며 “이자를 주지 않는 자산을 보유하는 데 따른 기회비용이 커지면서 원자재의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인플레이션 회피용으로 원자재 투자를 확대했는데, 조기 긴축 가능성이 불거지자 투자를 재고하려는 분위기가 생겼다는 것이다.
중국 국가식량물자비축국이 구리와 알루미늄 아연 등 정부의 금속 비축물량을 시장에 대거 풀겠다고 밝힌 것도 투기 수요를 누르는 데 일조하고 있다. 대니얼 갈리 TD증권 전략가는 “중국이 동시다발적으로 원자재 투기를 강력히 단속하기 시작했다”며 “투자시장의 매수 심리가 약화됐다”고 전했다.
유로 엔 파운드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7일 뉴욕외환시장에서 전날 대비 0.78% 오른 91.91을 기록했다. 지난 4월 13일(91.96) 후 2개월여 만의 최고치다. 전날 상승률도 0.6%에 달했다. 2거래일을 합한 상승폭은 올 들어 최대였다.
달러 가치가 급등세를 타는 건 전날 Fed가 미 물가상승률 및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높이는 등 조기 정상화 기대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미국의 올해 성장률은 7.0%로, 1984년(7.2%) 후 37년 만에 가장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달러 강세가 다시 꺾일 것이란 관측이 많다. 최소 1~2년간은 국채 매입 등 양적완화 정책이 계속될 수밖에 없어서다. 미국 외 지역 경제가 점차 제 궤도에 오를 것이란 점도 달러가 언젠가 약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투자 보고서에서 “장기적으로 달러는 점점 약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별 원자재 ETF도 동반 하락했다. 금 ETF(GLD)가 3.07% 떨어진 것을 비롯해 팔라듐(PALL) -10.56%, 백금(PPLT) -5.86%, 은(SLV) -4.79%, 구리(CPER) -2.98%, 원유(USO) -1.46%, 휘발유(UGA) -0.61% 등의 낙폭을 보였다.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농산물 ETF의 상승세도 꺾였다. 대두 ETF(SOYB)가 하루 새 6.23% 떨어졌고, 옥수수(CORN)는 6.25% 밀렸다. 옥수수와 대두 ETF는 지난 1주일간 13% 급락했다.
반면 달러인덱스를 추종하는 ETF인 ‘인베스코 DB 미국 달러 인덱스 펀드’(UUP)는 0.77% 상승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설지연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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