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면적 12만7178㎡의 위용을 자랑하던 물류센터는 전날부터 이어진 불로 처참한 모습이었다. 화재로 인해 유리창은 물론 외벽 일부까지 소실돼 앙상했다. 건물 외부에 남아있던 패널은 화염을 이기지 못해 수시로 떨어져 나갔다. 물류센터 주변에서 소방차가 방수포로 진압 작업을 펼쳤지만, 건물 깊은 곳에 남아있는 불길을 완전히 잡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
소방당국은 물류센터 내부에 사실상 하루 종일 인력을 투입하지 못했다. 18일 오후 4시께 큰 불은 잡았지만 붕괴 위험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전진단을 위해 전문가 3명이 현장을 찾았지만, 작업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들은 건물 외부를 먼저 살펴본 뒤 19일 오전께 내부 안전진단을 시작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불길이 쉽사리 잡히지 않으면서 지하 2층에서 실종된 김동식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구조대장(52·소방경)에 대한 구조작업도 늦어졌다. 김 대장은 전날 오전 11시30분께 불이 잠시 약해진 틈을 타, 동료 대원 4명과 함께 진입했다가 끝내 건물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탈출 과정에서 다른 구조대원 한 명은 팔에 골절상을 입었다. 김 대장의 가족들은 이날 오전 현장을 찾았다가 “충격이 크니 집에서 기다리는 게 좋겠다”는 현장 지휘부의 권유에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천=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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