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수수료' 비자카드, 한국서 점유율 '뚝뚝'

입력 2021-06-18 17:37   수정 2021-06-19 01:15

글로벌 신용카드 브랜드인 마스터카드가 경쟁사인 비자카드와 국내 시장점유율 격차를 벌리면서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비자가 2017년 해외이용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올린 데 뿔난 국내 카드사들이 마스터와 제휴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 신규 발급되는 해외겸용 카드의 제휴처 가운데 마스터와 비자 비중은 7 대 3 내지 8 대 2 수준”이라며 “앞으로도 마스터의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비자 대비 점유율 확대하는 마스터
1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국내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에서 발급한 유효 카드(최근 1년 내 사용 실적 보유) 가운데 마스터와 제휴한 비율은 28.2%였다. 이어 비자(20.3%), 유니온페이(5.5%), 아멕스(2.7%), 기타 및 국내전용(43.3%) 순이었다. 2018년만 해도 마스터(24.9%)와 비자(21.9%) 간 점유율 격차는 단 3.0%포인트에 불과했다. 하지만 2년여 만에 이 격차는 7.9%포인트로 벌어졌다.

국내 카드사들은 해외 가맹점 네트워크를 갖춘 국제 브랜드와 제휴를 통해 고객들에게 해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 세계 1위 기업인 비자는 2016년까지 국내에서도 점유율 1위였다. 하지만 그해 5월 비자가 해외이용 수수료(소비자 분담)를 기존 해외 이용금액의 1.0%에서 1.1%로 올리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뒤 이듬해부터 적용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국내 카드사들은 비자가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지만, 공정위는 2018년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비자는 당국으로부터 제재는 피했지만 국내 고객의 이탈은 피할 수 없었다. 비자 못지않은 범용성을 갖추고 해외이용 수수료가 1.0%인 마스터가 반사 이익을 얻게 됐다. 중국 기업인 유니온페이(은련)는 수수료가 0.8%로 저렴하지만 결제 네트워크가 아시아에 몰려 있다는 게 단점이다. 미국 아멕스는 프리미엄 서비스 혜택이 강점이지만 수수료가 1.4%로 비싸다.

비자의 수수료 인상이 국내 소비자 피해로 곧바로 이어지진 않았다. 국내 카드사들이 그동안 증가분인 0.1%를 대신 부담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상품 가입 고객에게는 이 같은 수수료 지원을 중단했다.
비자·마스터, 국내서만 써도 수수료 떼
비자뿐만 아니라 이들 국제 브랜드가 수수료를 과도하게 챙겨가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들 브랜드는 해외이용 수수료 외에도 카드사에 발급유지 수수료와 데이터 처리비, 거래분담금 등 명목의 수수료도 걷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발급유지 수수료는 카드 한 장당 0.2~1달러 수준(연 1회)이며 데이터 처리비는 거래 건당 0.57달러가량이다.

특히 거래분담금이 논란이다. 카드사들은 해외이용 금액의 0.2% 내외를 거래분담금으로 내는데, 문제는 해외겸용 카드를 국내에서만 쓰더라도 이용금액의 0.04%가량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는 점이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카드사의 국내결제분에 대한 거래분담금은 매해 1000억원을 웃돈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혀 해외 이용실적이 매우 낮았던 지난해에도 1095억원을 내야 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국제 브랜드들이 우월적 지위에 있기 때문에 달리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한때 국내 브랜드를 키우자는 논의도 있었으나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김 의원은 “해외겸용 카드 10장 중 9장은 해외 가맹점 사용 실적이 전혀 없다”며 “불필요한 해외겸용 카드 남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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