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이 운영하는 슈퍼마켓 GS더프레시는 ‘자원 선순환’을 통해 재배된 포도와 배를 판매한다. 이 과일들은 GS더프레시에서 발생한 음식 폐기물로 퇴비를 만들어 길렀다. 이 방식으로 지난해 GS더프레시에 공급된 상품은 150톤이 넘는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다. GS더프레시는 이 과일이 자사 음식폐기물을 기반으로 재배됐다는 점을 알리고 판매했는데, 지난해 출시 당시 2주 만에 초기 물량이 ‘완판’됐다. 큰 호응에 힘입어 GS리테일은 올해 공급 물량을 2배 이상 늘렸다.
유통채널들이 ‘자원 선순환’ 플랫폼으로 변신하고 있다. 과거 유통 채널은 쓰레기가 발생하는 곳이었다. 판매된 상품이 사용 후엔 결국 쓰레기가 됐고, 운영 과정에서 자체적으로도 폐기물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제 기업들은 폐기물을 자원으로 만들어 사용하고 판매까지 하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고 있다. 소비자들의 환경 눈높이가 올라가고 기업들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눈을 뜬 결과다.
온라인 유통의 한 축을 담당하는 택배회사들도 업사이클링 모델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택배업계 1위 회사인 CJ대한통운은 최근 폐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한 유니폼과 파레트 300개를 물류 현장에 도입했다. 파레트는 상품을 싣고 나르는 데 쓰는 일종의 받침대다. 친환경 파레트 1개를 제작하는 데 사용되는 폐플라스틱은 28㎏으로, 300개를 폐플라스틱으로 제작하면 약 2만㎏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소나무 6720그루가 1년 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양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진은 업사이클링을 아예 사업화했다. 재활용 컨설팅 기업 테라사이클과 손잡고 업사이클링 플랫폼 ‘PLANET’을 출시했다. ㈜한진은 친환경 택배박스 제작업체 에코라이프패키징과 협업해 일회용품 보관·수거용 ‘제로 웨이스트 박스’를 자체 개발했다. 이를 통해 일회용품을 수거한 후 텀블러와 에코백 등 친환경 제품으로 재자원화해 판매한다. 이 플랫폼에는 코카콜라와 요기요, 하이트진로 등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에코버디는 기증 받은 어린이 장난감을 어린이용 가구로 바꾸는 회사다. 버려지는 플라스틱 소재 장난감을 줄이면서 추가 공정 없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담은 상품으로 전환시키는 산업인 셈이다. 스위스의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프라이탁은 준명품 대접을 받는다.
국내에서도 업사이클링 브랜드들이 점차 자리를 잡고 있다. 예술가들의 습작을 재활용해 가방 등 패션 제품을 만드는 얼킨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아직은 시장 규모가 미미한 수준이다.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업사이클 브랜드는 약 100여 개, 규모는 40억원 미만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ESG 경영을 통해 국내 기업들도 업사이클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