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팬데믹(pandemic)사태는 우리 생활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주거생활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재택근무'가 아닌가 싶습니다. 팬데믹 이전에도 IT분야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특정기간 재택근무를 하는 형태는 있었지만 현재와 같이 다양한 업종들로 이런 근무형태가 확산된 경우는 처음입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4월에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재택근무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전체 응답기업의 43.6%는 ‘코로나19 확산이 끝난 후에도 재택근무가 지속되거나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주택시장에도 변화가 일어나는 중입니다. 미국이 대표적입니다. 도심보다는 외곽지대가 뜨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러한 도심 탈출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LA, 뉴욕 등이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힙니다.
그동안 다운타운 중심으로 생활하던 분들이 팬데믹 영향으로 외곽으로 이주해간 지역을 ‘줌타운(Zoom Town)이라는 신조어로 부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겠지만 재택근무를 하기 위한 필수 화상채팅 소프트웨어 회사인 ‘줌(Zoom)’을 본떠서 붙인 이름입니다. 또한 줌타운은 ‘붐타운’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는데 큰 사업이 시작되어 갑자기 성장하는 마을이나 도시를 이릅니다. 서부개척시대나 유전개발 등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주택가격과 임대차비용이 상상을 초월하는 산호세(san jose),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이런 현상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미국계획협회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Planning Association)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2만5000명 미만의 마을 중 공원, 숲, 호수 또는 강에서 10마일 이내에 위치해 있으며 대도시지역에서 최소 15마일은 떨어진 지역이 주목받고 있다고 합니다. 거리가 멀어 매일 출퇴근은 불가능하지만 회의 등이 잡히면 갈 수 있는 거리입니다. 물론 이런 외곽지역 이주를 주도하는 계층은 밀레니얼 세대입니다.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더 큰 주택을 원하지만 도심에서는 예산을 맞출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떨까요? 물론 한국도 최근 서울을 벗어나는 인구는 늘고 있습니다. 작년만해도 서울을 벗어난 인구는 6만5000명에 달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주택문제라고 합니다. 일견 미국과 비슷한 흐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서울의 인구감소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며 10만명이 넘는 인구가 순 전출된 경우도 있습니다. 2015년에는 13만7000명이 빠져나갔고, 2016년에는 14만명, 2018년에는 11만명의 인구가 순유출됐습니다. 숫자만 놓고보면 최근에는 서울을 벗어나는 인구는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서울을 벗어나는 인구가 늘어나는 이유는 팬데믹 등 최근의 문제는 아니라는 겁니다.
서울의 인구감소로 수혜를 받는 지역 또한 미국과 다릅니다. 우리는 줌타운이 아니라 ‘철타운(Rail Town)’입니다. 최근 경기도에서 아파트 가격 상승이 높은 지역 대부분은 철도호재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도시가 의왕과 안산인데 올해 5월까지 아파트 매매가격이 한국부동산원의 통계로 살펴봐도 각각 18.3%, 17.8% 상승했습니다.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수혜 지역을 중심으로 많이 올랐습니다. 정차역이 확정되지 않은 곳마저 GTX의 G만 나오면 아파트가격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GTX는 일자리가 많은 서울도심과 외곽지역을 연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건설됩니다. 따라서 미국과는 다르게 우리는 서울도심과의 접근성이 좋은 지역을 중심으로 외곽이 재편되는 듯합니다. 이로 인해 5월까지 경기도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12.43%로 서울(6.66%)의 두 배 수준입니다. 인천 또한 10.86%로 서울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미국과 유사하게 대형아파트의 움직임 또한 심상치 않습니다만 이 또한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서울의 135㎡를 초과하는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격 상승률은 2020년 0.96%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2021년들어 5월까지의 상승률은 2.75%로 작년 상승률을 압도합니다. 우리도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넓은 집을 선호하는 영향이 반영된 측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중소형과 대형의 가격차이가 너무 벌어지다보니, 이를 좁히려는 움직임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보여집니다.
미국과 다르게 우리는 철타운(Rail Town)이 뜨고 대형아파트가 주목받기는 하지만 주거공간의 확대를 원하는 수요와 함께 벌어진 가격차이를 메우려는 움직임이 더 크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미국 부동산시장과 우리의 부동산시장은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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