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1층 브리핑실에서 소란이 일었다. 공수처가 출범 147일 만에 처음으로 연 기자간담회 자리였다. 기자들에게 주어진 질문 시간은 단 20분. 턱없이 짧은 시간과 ‘바쁘니 이만 간담회를 종료하겠다’는 공수처 측의 일방적 대응이 논란을 일으킨 것이다.
이날 공수처는 간담회에 단 30분만 할애했다. 이 가운데 10분은 김진욱 공수처장이 A4 용지 10장 분량의 모두발언을 읽는 데 쓰였다. 지난 4월 이성윤 서울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황제 수사’ 논란을 사과한 게 골자였다. “정치적 논란이 있는 사건이라고 해서 무조건 피하지 않고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과 결정을 하겠다”고도 했다.
김 처장이 하고 싶었던 말을 전달한 뒤 간담회 현장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김 처장이 질문을 단 두 개만 받았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이날 국민이 궁금해하는 사항을 김 처장에게 직접 묻기 위해 참석했다. 하지만 공수처 측은 전국 언론사 가운데 13곳만 참석하도록 제한했다. 참석할 기회를 얻지 못한 언론사들은 공통 질문을 몇 개 추려 미리 전달했지만, 김 처장은 이마저도 속시원히 대답하지 않았다. 대권주자로 급부상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수사에 대해 ‘수사 착수 배경이 무엇이냐’는 질문엔 “사건사무규칙을 따랐다”는 원론적 답변만 반복했다.
김 처장에게 인사청문회 당시 말한 ‘보유 주식 전량 매도’ 약속을 지킬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려 했다. 브리핑장을 조용히 빠져나가는 김 처장에게 따라붙었지만 직원들에게 제지당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며 쫓아나온 기자의 접근마저 막았다. 그새 김 처장은 계단으로 몸을 피했다.
김 처장이 아직도 보유 중인 미코바이오메드 주식은 간담회 당일 종가 기준 1만4800원을 기록했다. 그가 샀을 때의 가격보다 30%가량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시세가 낮아 처분하기 힘들다”고 변명한 것과 배치된다. 김 처장이 얼마나 더 해당 주식을 들고 있을지 지금은 알 길이 없다. 질문을 듣지도, 대답을 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이른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살아있는 권력을 성역 없이 수사하기 위해 많은 진통과 기대를 안고 탄생한 기관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그들이 비판해온 ‘무소불위 검찰’ ‘정치검찰’과 다를 바 없다. 공수처가 끝까지 ‘입 닫고 귀 막는’ 수사기관으로 군림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제발 기우(杞憂)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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