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대표는 20일 비공개 최고위를 열고 경선 연기와 관련한 의총 개최 여부를 논의했다. 민주당은 당초 경선 일정을 확정하고 대선기획단을 출범시키기로 했지만, 민주당 의원 66명이 경선 연기 논의를 위한 의총 소집 요구서를 지도부에 제출하면서 지도부가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송 대표는 이날 수렴한 의견을 바탕으로 이번주 초까지 결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여권 1위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제외하고 이 전 대표, 정 전 총리 등은 코로나19와 경선 흥행을 명분으로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전 대표 측인 정운현 전 국무총리실 비서실장은 SNS에 “의총 개최 문제를 소홀히 다뤄선 안 된다”며 “정권 재창출의 명운이 걸린 사안인 만큼 지도부가 모든 걸 열어놓고 당의 앞날을 숙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총리 측인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경선 연기에 반대하는 이 지사 측을 저격했다. 조 의원은 “당내 토론과 경쟁 과정에서 당헌·당규를 준수하라는 정당한 요구에 대해 당헌·당규와 당 운영에 대한 기초적 이해도 없이 절제되지 않은 막말을 사용하는 경우 더 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상대의 논의 요구를 묵살하는 것은 당헌 위배이고 비난하는 것은 품격과 민주적 태도에 반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지사는 앞서 “가짜 약장수들이 가짜 약을 팔던 시대가 있었다. 이제는 그런 식으로 약을 팔 수 없다”며 경선 연기 주장에 강력 반발했다. 이 지사 측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특정 후보에 유불리가 분명한 사안에 대해 논쟁이 과열될 경우 당이 흔들리고, 대선 본선 과정에서도 정권 재창출을 위한 원팀을 만들기 힘들 수 있다”고 거들었다. 경선 연기 자체가 여권 1위인 이 지사의 힘을 빼기 위한 포석이란 게 이 지사 측 시각이다.
대권 도전을 선언한 최문순 강원지사는 전날 송 대표와 20분간 독대한 사실을 전하며 “(송 대표가) 오는 23일 (예비후보) 등록을 준비하라고 말했다. (경선) 일정은 예정대로 가는 것으로 결심한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한편 이 지사를 제외한 여권 대선주자들은 이른바 반(反)이재명 공동전선을 펼치고 있다. 이 전 대표, 정 전 총리와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한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22일 ‘도심공항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공동 정책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여권 후보로서 공동 공약을 발굴하자는 취지지만, 대선 경선 연기에 한목소리를 내는 주요 주자들이 이 지사를 견제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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