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켐바이오는 올해 안에 자체적으로 임상을 진행할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3개까지 확보하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기술이전 계약 규모를 키우기 위한 전략이다. 지금까진 전임상 단계였던 파이프라인을 기술수출했지만 앞으로는 임상 1상 이상 단계까지 개발한 뒤 해외 제약사에 넘기겠다는 구상이다. 임상 단계가 한 단계씩 진전될 때마다 기술이전 계약 규모는 통상 두 배 이상 뛴다.
레고켐바이오가 사람 대상 임상 단계까지 약물 개발 기간을 늘리기로 한 것은 기술이전에 대한 자신감에서다. 이 회사는 2013년 상장 후 총 10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누적 계약 규모는 약 2조4634억원이다. 지난해에만 4건의 기술이전을 성사시켰고 올 들어서는 지난 18일 영국 익수다테라퓨틱스와 추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레고켐바이오는 약물-항체 결합(ADC) 기술인 ‘콘쥬올’을 적용한 항체 파이프라인 3개를 지난해 익수다테라퓨틱스에 기술이전한 데 이어 이번에도 3개 항체를 추가로 넘겼다. 계약 규모는 기존 4963억원에서 9200억원으로 늘었다.
익수다테라퓨틱스는 지난해 도입한 레고켐바이오의 ADC 기술을 적용해 신약 후보물질 2개를 이미 확보했다. 현재 전임상을 앞두고 있다. 이 회사는 이달 초 셀트리온과 미래에셋그룹에서 530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레고켐바이오는 연내 2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더 체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2건 이상의 기술이전 논의가 진행 중이다.
레고켐바이오는 바이오 업계에 플랫폼 바람을 일으킨 기업이다. 독보적인 ADC 기술을 갖고 있다. ADC 치료제는 폭탄 역할을 하는 약물과 공격할 항원(질병 단백질)을 겨냥하는 항체로 구성돼 있다. 이 약물과 항체를 이어주는 접합체가 링커다. ADC 치료제가 효과를 내기 위해선 암세포 등 특정 항원에서만 이 링커의 연결이 끊어져 약물이 적재적소에서 방출돼야 한다. 링커가 제때 끊기지 않으면 혈액 속에서 약물이 방출돼 되레 독이 될 수 있다.
이 회사는 혈액 속에선 링커를 안정적으로 유지시켰다가 항원에서 링커 결합을 해제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링커에 붙이는 항체와 약물만 갈아끼우면 새로운 신약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더 나아가 항체에 붙는 약물 개수가 제각각이었던 1세대 ADC 기술의 단점도 해결했다. 항체에 붙는 약물 개수를 정할 수 있는 2세대 ADC 기술을 임상 수준까지 끌어올린 기업은 미국 이뮤노메딕스와 레고켐바이오 등 손꼽을 정도다. 이뮤노메딕스는 지난해 9월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에 약 24조원(210억달러)에 인수됐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달 이탈리아 메디테라니아에서 ‘트롭2’에만 결합하는 항체를 도입했다. 트롭2는 암세포 표면에서 많이 나타나는 항원의 일종이다. 세포실험에서 이뮤노메딕스가 보유한 약물 대비 약효, 안전성 등의 우수성을 확인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 4분기엔 자체 개발한 트롭2 대상 ADC 파이프라인의 임상 1상 진입이 가능하다”며 “올해에만 2건의 후보물질을 추가 확보해 자체 임상을 할 ADC 파이프라인을 3개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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