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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는 창업 3년 전 이미 ‘아이템’을 정했다. 평소 좋아하던 숯불닭갈비였다. 잘 눌어붙고 손질이 번거로워 남들이 따라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업종을 정하자 형제는 맛에 집중했다. 3년간 전국의 내로라하는 숯불닭갈비 맛집을 돌며 맛과 멋을 연구했다. 요리사 출신인 형은 음식과 메뉴를 파고들었다. 디자인 분야에서 일한 동생은 맛을 살리는 불판과 인테리어, 상권 공부에 매진했다. 잘 눌어붙지 않는 지금의 무쇠주물은 50가지의 디자인을 두고 고민한 끝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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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불닭갈비 전문점인 팔각도는 메뉴가 단출하다. 갈비, 목살, 안창살, 연골 등 닭 부위 4~5가지 메뉴가 전부다. 이 메뉴엔 조씨 형제의 공부와 철학이 담겨 있다. 조 사장은 “재고를 생각해 메뉴를 구성했다”고 했다. 메뉴가 다양하면 주문이 들쑥날쑥 할 때 재고가 쌓인다. 재료의 신선도는 그만큼 떨어진다. 잘나가는 4~5가지로 메뉴를 특화한 이유다. 조 사장은 “다양성보다 전문성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선도는 기본이다. 경기 인근에서 도축한 닭고기를 그날 새벽 매장으로 가져와 저녁에 판다. 조 사장은 인터뷰에서 공급처의 정확한 지역은 끝까지 밝히지 않았다. 그만큼 신선한 재료의 안정적 수급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재료와 메뉴 외에 조 사장이 창업의 관건으로 꼽은 것은 ‘불판’이었다. 팔각도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팔각형의 불판은 조 사장이 직접 연구개발했다. 그는 “숯불닭갈비는 껍질이 잘 타고 쉽게 눌어붙어 익히기 효율적인 불판이 중요하다”며 “무수한 실험 끝에 소재는 잘 붙지 않는 무쇠주물로 결정했고, ‘닭갈비의 새로운 판을 만들자’는 스토리를 입히기 위해 팔각형 디자인을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어디에 점포를 얻을지에 대해서도 연구 끝에 결론을 냈다. 조 사장은 “골목보다는 대로변 상권이 좋다”고 조언했다. SNS 홍보와 트렌디한 아이템에 자신있다면 골목도 무방하지만 신규 소비자 유입을 겨냥한다면 ‘무조건 대로’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80명당 1명이 단골이 된다고 보면 40명의 신규 손님이 올 때 이틀에 한 명 단골이 생기는 데 비해 4명이 오면 20일에 한 명이 생기는 것”이라며 “골목을 지나가는 사람은 대부분 이미 다른 가게를 가려고 마음먹은 ‘목적 구매’ 소비자라는 것도 골목 상권의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조 사장은 “창업 자금에 맞춰 자리를 선택하지 말고 자리에 맞춰 자금을 마련하라”고 덧붙였다. 그만큼 장사가 잘되고 업종에 적합한 ‘목’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조 사장은 2019년 말 창업한 지 한 달여 만에 찾아온 코로나19 위기에도 직원을 한 명도 줄이지 않았다. 그는 “가게가 어려워도 직원을 지키는 게 장기적으로는 매출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직원을 줄이면 남아 있는 직원의 사기도 저하된다. 그만큼 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다시 사람을 뽑았을 때 리스크와 교육 과정을 생각하면 기회비용이 더 든다. 조 사장은 “직원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손님은 받지 않는다”며 “한 명의 손님보다 한 명의 직원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권용훈 인턴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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