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운용하는 자산은 지난 3월 말 기준 873조원.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큰손이다. 하지만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에선 지난 5년간 144명이 퇴사했다. 작년 본부 정원이 288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5년 동안 운용역 절반이 ‘물갈이’된 셈이다.
국민연금은 2012년 이후 약 10년 가까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공단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장(CIO) 간 갈등과 검찰 수사 등으로 CIO 자리가 공석이었던 2016~2018년에는 정원 대비 결원 수가 33~35명에 달했다. 2019년엔 팀장급 이탈을 막으라는 ‘특명’이 내려지면서 이 숫자가 22명으로 줄었고, 작년엔 17명이었다.
사람을 못 뽑는 가장 큰 이유는 위치다. 국민연금이 전북 전주로 이전을 결정한 2016년부터 이탈자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2012~2014년 기금운용본부 결원이 0~3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조직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최근엔 특히 10년차 이하 주니어 인력의 이탈이 심각하다. 전주로 이전한 뒤 입사한 주니어들은 처음부터 3년가량 경력을 쌓아 더 좋은 서울 직장으로 옮기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국민연금에 들어간다.
“그래도 일할 사람 많다”는 게 정치인들의 생각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전주 생활에 이미 적응한 고참들은 남아 있고,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을 신참들은 적응할 만하면 떠나는 일이 반복되면서 국민연금의 맨파워가 약해지고 있다.
적당한 사람을 구하지 못하자 지난달 말에는 무경력자를 받겠다고 공고했다. 과거엔 주임운용역으로 입사하려면 투자 실무 경력이 최소 3년은 돼야 했다. 2년 전에 이를 1년으로 줄였고, 이번에 경력요건 자체를 없앴다. 업계에서는 “증권사 신입사원 구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해법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기금운용 조직을 독립시키고, 예산과 투자 결정 등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공사화하는 것 등의 대안이 이미 나와 있다. 지방 근무로 인한 인력난 문제는 서울사무소 설치로 쉽게 해결 가능하다.
그러나 선거철을 앞둔 정치인들의 해결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1000조원을 향해 가는 국민연금을 더 잘 운용하는 문제보다 ‘지방 민심’이 더 중요한 문제인 듯하다. 그사이 우리나라 국부(國富)를 늘려야 하는 ‘골든 타임’은 속절없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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