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암호화폐거래소인 업비트로부터 상장 폐지가 예고된 한 코인 개발사가 '업비트 측이 상장피(수수료)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업비트 측은 '상장 이벤트 마케팅 용도로 협의를 거쳐 갖고 있던 것'이라며 "악의적 주장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도리어 코인 개발사가 상장시 발행계획을 뒤집고 코인을 3배 가까이 더 찍어내 상장이 폐지됐다"고 폭로했다. 지난 11일 업비트의 갑작스런 '상장 폐지 예고' 이후 거래소와 개발사의 갈등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피카' 코인의 개발사인 피카 프로젝트는 20일 블로그에서 '업비트가 상장 기념 에어드롭 이벤트 물량으로 전송을 요구한 피카 500만개는 사실상의 상장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업비트 상장 담당자가 500만개(약 2억5000만원)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피카 코인은 업비트가 오는 28일 상장을 폐지하겠다고 예고한 암호화폐다. 정부는 '상장피'를 받은 거래소에 대해 특정경제범죄처벌법상 배임·사기나 유사수신행위 등으로 제재하겠다고 지난달 밝힌 바 있다. 이어 업비트가 피카 측이 보낸 코인 중 3%만 이벤트로 사용하고 97%를 매도해 이익을 봤다고도 주장했다.
업비트 측은 이례적으로 21일 새벽 3시30분께 '피카 디지털 자산에 대한 유통 부정행위에 대해 말씀드립니다'라는 반박문을 올렸다. 업비트는 피카 측의 주장에 대해 "명백한 억측과 악의적인 허위사실이 존재한다"며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강변했다. 업비트 측은 '상장피'가 아닌 마케팅용 '이벤트 물량'이었다고 반박했다. 암호화폐가 상장되면 거래소는 개인투자자에게 해당 암호화폐를 나눠주는 이벤트를 여는 경우가 있다. 이런 이벤트 용도로 피카 코인을 받았고, 피카를 직접 매매한 적 없으며 피카 프로젝트가 제공한 물량은 아직도 보관 중이라는 게 업비트의 설명이다. 업비트는 "상장 폐지 직후 반환의사를 밝혔으나 재단 측이 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업비트 측은 피카 측의 '부정유통 정황'에 대해 이례적으로 상세히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상장 심사 당시 1억2469만여개를 유통하겠다고 계획서를 제출했으나 실제로는 약 2.7배인 3억3019만개의 피카 코인이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게 업비트의 주장이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거래소인 바이낸스에도 5억개의 피카 코인이 발행됐고, 이중 상당수가 유통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피카 프로젝트는 "이번 유의지정에 따른 소명자료제출 요구에는 유통량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며 "지난 4월 업비트 측이 유통물량에 대한 해명을 요구해 그대로 이행해 공지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업비트는 지난 11일 피카를 예고 없이 투자 유의종목으로 지정하고 일주일이 지난 후 "투자자에게 공개되지 않은 유통 및 시장 매도 등이 확인됐다"며 상장을 폐지했다. 피카 프로젝트는 "쟁글 등의 공시 플랫폼과 프로젝트 공식 커뮤니티에 유통량 변동사항을 공개했다"고 반박했다. 성해용 피카 프로젝트 대표는 "지난 4월 이미 수정된 발행 계획에 대해 업비트 측과 협의를 했고, 상장보고서에도 반영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피카 프로젝트는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를 상대로 거래지원종료결정 무효 확인 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8일에는 법원에 업비트의 상장 폐지 처분을 유예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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