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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폴로는 저서 '동방견문록'에서 13세기 말 당시 세계 최대 강국이던 원나라의 선진 문명 중 하나로 지폐를 꼽았다. 당시 유럽, 중동 지역의 상인들 사이에서는 금, 은 등 귀금속 기반 화폐로만 물물교환이 이뤄졌다. 이에 익숙했던 마르코 폴로 입장에서는 귀금속과 달리 아무런 가치가 없는 종이에 원나라 황제의 명령 하나로 중국 대륙의 모든 사람들이 가치를 부여해서 물물교환 수단으로 쓴다는 것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한 국가가 화폐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행정 기술이 필요하다. 여기서 가장 큰 어려움은 발행권 남용의 유혹을 뿌리치고 원칙에 따라 운영해 대중들의 신용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전 세계 130여 개의 화폐 중 국제적으로 신뢰를 얻고 있는 화폐는 극히 일부다. 경제적,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개발도상국에 의해 부실하게 운영되는 100여 개에 달하는 법정화폐는 화폐 개혁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다 보니 오히려 안정적인 경제활동에 방해가 된다. 안정적인 화폐 시스템을 정착시키지 못한 나라들은 주변 강대국의 화폐와 환율을 고정시키거나 그것을 그대로 수용해 자국의 법정화폐로 사용하기도 한다. 다른 나라의 화폐를 이용해서라도 안정적인 화폐 시스템을 구축해 경제 상황을 개선함으로써 발생하는 이익이 자국의 통화 주권 포기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비용보다 크다고 판단해서 내린 결정인 셈이다.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정화폐 도입은 이러한 개발도상국의 경제 상황을 고려해 평가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의 인구는 세계 인구의 18%에 불과하다. 인도와 중국을 제외하더라도 전 세계 인구의 반이 개도국에 거주하며 이들은 신뢰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화폐 시스템을 찾아 지속적인 실험을 하고 있다. 소위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이라고 불리는 미국 달러의 자국 도입이 그런 해결책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에 대한 부작용을 겪으면서 해당 국가들은 보다 나은 솔루션을 원하고 있다.
1981년생 기업가 출신인 엘살바도르 대통령의 그야말로 과감한 결단은 개도국들이 갖고 있던 이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자국이 아닌 해외에서 일하면서 벌어들이는 돈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그런데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자국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수수료 등 제반 비용 명목으로 정작 보내는 돈의 절반 가까이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고 한다.
이에 반해 비트코인은 중개인이 없는 만큼 이러한 단점에서 자유롭다. 엘살바도르의 이번 결정은 선진국과 달리 제대로 된 금융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전 세계 절반 이상의 인구에 엄청난 희망과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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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과 홍콩에 있는 글로벌 투자은행(IB)에서 20년간 근무 후 현재 가상자산거래소 코빗 사업개발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대중들에게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양질의 정보를 전달하는 인기 유튜브 채널 '코빗 가상자산 거래소'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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