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투자의 공포 심리가 지난달 폭락장 이후 가장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의 ‘암호화폐 전면 금지’ 조치가 본격화하면서 최대 지급결제서비스 회사인 알리페이도 암호화폐 거래 행위가 확인되면 해당 사업자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영구적으로 자금 수령을 막겠다고 밝혔다. 비트코인이 3만달러 선 아래로 내려가면 기관투자가의 손절매가 시작되면서 순식간에 2만달러까지 밀릴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22일 국내 최대 암호화폐거래소인 업비트에 따르면 ‘공포·탐욕지수’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17.73을 기록했다. 가격 변동성과 하락폭이 커질수록 공포·탐욕지수는 ‘0’에 가까워진다.
이 지수는 전날 12.05까지 내려오면서 암호화폐 급락장이 연출된 지난달 19일(6.82)과 23일(4.92)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시장에 공포 심리가 팽배해 있다는 뜻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고점을 기록했던 지난달 8일(79.37) 대비 15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중국발(發) 악재가 ‘트리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암호화폐 거래를 색출하라는 인민은행 지시에 따라 중국 대형 은행인 공상은행과 농업은행, 건설은행, 우정저축은행, 싱예은행, 알리페이 등은 암호화폐 거래에 활용된 계좌가 발견되면 거래를 동결하고 계좌를 말소한 뒤 당국에 신고하겠다고 밝혔다. 알리페이는 한 발 나아가 암호화폐 관련 사업자의 전자결제서비스 이용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사업자가 발견되면 블랙리스트에 올라가는 동시에 알리페이를 통한 자금 수령이 영구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중국 정부의 단순 ‘레토릭’ 수준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조치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암호화폐 가격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마지막 채굴장이 남아 있던 중국 쓰촨성에서도 정부 차원의 폐쇄 조치가 완료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대형 악재 탓에 비트코인은 전날 업비트에서 10.6% 하락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3850만원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중국 정부 발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도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2시 현재 3만2914달러로, 지난 20일보다 7.5% 급락했다.
2만달러까지 하방이 열려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상자산 관리업체인 스위스쿼트 소속 분석가인 입펙 오즈카데스카야는 “비트코인이 3만달러까지 내려가면 (손절을 위해) 자동 매도 포지션으로 바뀌는 옵션이 많아 시장에서 투매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곧바로 2만달러까지 직행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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