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는 이날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서 기존 한·미 워킹그룹의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기존 워킹그룹을 종료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워킹그룹은 남북한 협력사업 이행에 따른 대북 제재 면제를 논의하기 위해 2018년 한·미 양국이 구성한 태스크포스(TF)다. 외교부는 워킹그룹을 폐지하는 대신 북핵 수석대표 간 협의와 국장급 협의를 강화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한·미 워킹그룹 종료 결정은 대북 유화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이 워킹그룹이란 틀 안에서 대북 제재 면제에 대해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면서 그동안 북한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김여정은 지난해 6월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 직후 발표한 담화에서 “상전이 강박하는 ‘한·미 실무그룹’이라는 것을 덥석 받아 물고, 사사건건 북남 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 바쳐온 것이 오늘의 참혹한 후과로 되돌아왔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워킹그룹 종료 결정이 북한을 대화로 견인하기 위한 배려인가’란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의 질의에 “당연히 북한에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 같은 유화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김여정이 나서 대화 제의를 일축했다. 김여정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우리) 속담에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며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아냥댔다. 이어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0일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대화와 대결에 모두 준비돼 있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흥미로운 신호”라고 평가한 것을 겨냥한 말이다.
북한이 보다 유리한 협상 국면이 조성되기 전까진 대화에 응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김여정이 자신의 카운터파트가 성 김 대표가 아니라 설리번 보좌관이라고 명확히 한 것”이라며 “북한이 더 큰 대화 제의를 기다리겠다는 뜻이기 때문에 당분간 도발에는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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