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가 22일 대통령 선거 경선 일정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전면 충돌했다. 여당 내 1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측에서는 예정대로 오는 7월 경선 일정을 시작할 것을 요구한 반면 추격자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지지하는 의원들은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경선 연기 측이 수적 우위를 보이면서 그간 일정 강행을 암시했던 송영길 지도부의 고심이 깊어졌다는 평가다.
찬성 측 의원들이 수적 우세를 점한 가운데 양측이 대립했다. 찬성 측 토론자로 나선 김종민 의원은 “당헌·당규에는 상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당무위가 경선 일정을 조율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며 “코로나19 상황 및 야당과의 경선 일정 차이를 고려하면 경선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100명 이상의 여당 의원이 경선 연기를 요청하는 것은 그만큼 경선을 연기할 이유가 명확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의총에 참석한 여러 의원에 따르면 이날 추가발언을 포함해 20여 명의 의원이 자유발언에 나선 가운데 이들 중 80% 이상이 경선 연기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 측 토론자로 나온 이재명계에서는 경선 연기가 민주당의 ‘내로남불’ 이미지를 강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김남국 의원은 “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얻었기 때문”이라며 “최근 크게 흥행에 성공한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사례를 보면 코로나19 시기에 전당대회를 한다고 컨벤션 효과를 누릴 수 없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찬반을 떠나 입장을 개진한 의원도 있었다. 특정 대선 캠프에 속하지 않은 이탄희 의원은 지금은 경선 연기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소병철 의원은 당무위에 결정을 위임하자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모두 서울 여의도로 운집해 의원총회를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지사는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개식용 및 반려동물 매매 관련 제도개선 간담회’에 참석한 이후 기자들을 만나 “당내 갈등이 있는 상황에서 통 크게 수용하면 포용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고 개인적으로 그게 유익하다는 점을 모를 만큼 하수가 아니다”며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당이 국민의 신뢰를 잃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내 군소 후보들은 ‘반이재명 전선’을 구축했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이광재 의원은 이날 ‘도시공항, 어떻게 할 것인가’란 이름의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이 자리에서 정 전 총리는 기자들을 만나 “정당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의원총회가 의견을 낼 수 있다”며 “이를 토대로 지도부가 좋은 결론을 도출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광재 의원은 “이 지사가 통 큰 양보를 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직접적으로 양보를 요구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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