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에 재산 돌려놓은 얌체족, 기초생계급여 못받는다

입력 2021-06-22 17:21   수정 2021-06-23 02:23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 대상자가 재산을 매각 또는 증여해도 소득인정액에 포함하기로 했다. 내년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를 앞두고 부정수급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적십자사를 사칭해 모금활동 등을 하는 단체에 대한 과태료는 500만원으로 인상된다.

보건복지부는 22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과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시행령 개정안이 각각 의결됐다고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내달 1일부터 기초생보 수급권자가 타인에게 증여·처분한 재산이 모두 본인의 재산 범위에 포함된다. 기존에는 소득인정액을 산정할 때 조사일을 기준으로 최근 5년 이내에 수급권자가 타인에게 처분한 재산만 소득으로 환산하는 재산 범위에 포함됐지만 시행령 개정으로 기간에 상관없이 증여·처분한 재산을 모두 재산 범위에 합산한다. 단, 처분 재산으로 다른 재산을 취득한 경우 차액은 차감된다.

복지부가 처분 재산에 대한 조항을 바꾼 것은 내년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는 것과 관련이 깊다. 수급자가 재산을 친인척 등에게 처분하고 계속 생계급여 등을 받는 부정 수급을 예방하기 위한 차원이다.

차상위계층은 소득인정액 산정 절차가 간소화된다. 일반재산으로 분류되는 가축·기계 및 기구류 등은 소득 인정액 산정을 위한 재산 조사 항목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조사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적십자사 조직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적십자’ 또는 ‘제네바적십자’ 등의 명칭을 무단으로 사용할 경우 내야 하는 과태료가 대폭 상향되는 내용이 담겼다. 물가변동률 등을 고려해 기존 최대 5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으로 오른다.

앞으로 승인 없이 적십자 등과 비슷한 명칭을 사용하면 1차 위반 시 250만원, 2차 위반 시 375만원, 3차 위반 시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윤태호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1988년 이후 유지되고 있는 과태료 액수가 사회·경제적 상황 변화를 고려해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장애인 및 아동학대와 관련된 과태료 기준도 정해졌다. 아동학대를 저지른 사람이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이 제공하는 상담과 교육 등에 정당한 사유 없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1차 위반 시 150만원, 2차 위반 시 300만원 등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학대 피해 장애인의 인도 요청을 거부한 장애인 관련 기관장은 과태료 500만원을 내야 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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