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조류(海藻類)에 풍부한 무수갈락토스(AHG)가 대장암을 억제하고 암세포를 죽이는 데 효과적이란 연구 결과를 한·미 공동 연구팀이 발표됐다. AHG는 탄수화물의 일종으로, 단당류에 속한다.
해조류는 다시마·미역·톳 등의 갈조류와 김·우뭇가사리 등의 홍조류, 그리고 파래 등의 녹조류 세 가지로 크게 구분된다.
23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고려대 생명공학과·미국 일리노이대 공동 연구팀은 해조류를 즐겨 섭취하는 것이 대장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이유를 밝혀냈다. 이는 해조류의 구체적인 대장암 억제 성분을 세계 최초로 밝힌 연구로, 국제적인 학술지 ‘해양 의약품’(Marine Drugs) 최신 호에 실렸다.
해조류의 꾸준한 섭취가 대장암·위암·유방암의 발생위험을 낮춘다는 사실은 2019년 국립암센터의 연구 등을 통해 다수 발표됐다. 다만 해조류의 어떤 성분이 암 예방 효과를 나타내는지는 불분명했다.
미국 일리노이대 식품미생물학과 진용수 교수와 고려대 생명공학과 김경헌 교수는 다양한 해조류로부터 당류(탄수화물)를 수집한 뒤 각 당류의 효능을 검사했다. 공동 연구팀이 분석한 6가지 당류 중 대장암 억제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AHG였다.
연구팀은 AHG의 대장암 억제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대장암 세포에 AHG를 투여한 뒤 대장암 세포의 변화를 살폈다. 그 결과 AHG를 투여받은 암세포의 생존력과 성장이 눈에 띄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AHG는 정상 세포엔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했다. 이는 장차 대장암 치료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꾸준한 해조류 섭취가 대장암을 억제한다는 연구는 여럿 발표됐으나, 명확한 암 억제 성분과 메커니즘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해조류에 풍부한 AHG를 대장암 치료제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해조류에 대한 동양과 서양에서 큰 차이가 있다. 해조류를 우리나라와 일본에선 '바다의 채소'로 여기는 데 반해, 서양에서는 '바다의 잡초(seaweed)'로 인식하고 있다. 해조류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일본, 대만 등지에서 가장 많이 먹는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500여 종 해조류 중 50여 종이 식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즐겨 먹는 해조류는 김, 미역, 다시마, 파래, 톳, 마자반, 청각 등이며, 해조류 섭취량은 1인당 연간 5㎏가량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