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워장(사진)이 “(위기를) 잘 극복하면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윤 전 총장에 대한 각종 의혹을 모아놨다는 ‘X파일’에 대해서도 “걱정할 것 없다”고 단언했다. 다만 윤 전 총장의 정계 입문이 늦어지면서 잡음이 계속 발생하는 것을 두고 “자꾸 우왕좌왕하면 소기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며 우려했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윤 전 총장 X파일에 대해 “정치판이 원래 잘나가면 부정적인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곳”이라며 “윤 전 총장은 이제 정치판이 이런 곳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잘 극복하면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런 발언은 최근 윤 전 총장에 대해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된 경우는 없다” “100% 확신할 후보가 없다” 등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윤 전 총장 측과 회동이 성사되지 않자 비판한 게 아니냐’는 세간의 분석에 대해 “헛소리”라고 일축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에 대한 “사적인 감정이 없다”며 “한 나라의 지도자가 가야 할 길에 대해 객관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자신의 힘을 확대하고 현재의 지지도를 유지·발전시켜 나가려면 국민의힘이 오히려 윤 전 총장 측으로 합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인터뷰 도중 ‘지도자의 바람직한 역할’을 수차례 언급했다.
다만 윤 전 총장의 정치 결단이 계속 미뤄지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은 당초 오는 27일 정계 진출 선언을 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대변인을 통해 7월 초까지 시점을 연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입당 여부 역시 7월 중순 이야기가 나오다가 결정된 게 없다고 번복했다. 이 과정에서 대변인이 사퇴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 측에서 메시지가 계속 번복된 것에 대해 “주변에 파리가 많이 꼬였고, 이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입당 등을 놓고 윤 전 총장 내부 세력의 의견이 나뉘고 있다고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자꾸 우왕좌왕하면 소기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며 “지도자가 될 사람은 자기 나름대로의 확고한 방향을 설정하고, 국민에게 무엇을 추구하는 사람인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화와 관련한 핵심 이슈 중 하나로 ‘기본소득’을 꼽았다. 김 전 위원장은 “양극화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본소득이 쟁점화될 수밖에 없다”며 “(보수 정당에서도) 맹목적으로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지사가 내세운 보편적 복지 차원의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실현 가능성도 없고, 효과도 없다”고 저격했다. 김 전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이 지사의 기본소득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일률적으로 전 국민에게 얼마씩 나눠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양극화 해소라는) 소기의 목적도 달성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에서 가장 먼저 기본소득을 채택해야 한다고 제안한 인사다. 기본소득을 국민의힘 당 강령에 명시하는 등 파격적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지 않아 해석이 분분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기본소득 도입을 위해 정치권이 더 연구해야 한다”고만 했을 뿐 더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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