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일본 주요 기업에 대한 외국인 주주의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요구를 제한할 수 있는 새로운 규제를 마련한다. 일본 주요 기업의 지분을 인수할 때 일본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한데 이어 보유 지분에 대한 주주권마저 제한하려는 것이어서 글로벌 투자가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안전보장과 관련한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외국인 주주의 주주우대 정책 요구 등 주주권을 제한할 계획이라고 23일 보도했다. 올 연말까지 구체적인 대응방침을 확정해 필요한 법 개정에 나설 방침이다.
원자력이나 방위산업 관련 기술을 보유한 일본 기업의 해외 주주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거나 기술 유출로 이어질 수 있는 요구를 회사 측에 하면 일본 정부가 저지하는 근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외국인 주주가 가진 주식을 매각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제도도 논의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작년 6월 외환법을 개정해 해외 자본이 일본 주요 기업의 지분을 1% 이상 사들일 경우 경제산업성의 사전 심사를 받도록 했다. 이전까지는 지분 10% 이상을 인수할 때만 사전승인이 필요했다.
개정 외환법도 보유 중인 지분의 주주권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었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 내에서는 관련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주주권을 제한하면 SK하이닉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미국 사모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털의 컨소시엄에 참여해 세계 2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기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에 투자했다.
도시바를 둘러싼 경영진과 외국계 행동주의펀드의 갈등이 일본 정부가 주주권을 규제하려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도시바는 2016년 회계부정과 미국 원자력발전 자회사의 대규모 손실로 재무적 위기에 빠지자 2017년 6000억엔 규모의 증자를 실시했다. 이때 증자에 참여한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들은 임원 선임, 자회사 거래, 배당 정책 등을 놓고 사사건건 도시바 경영진과 대립해 왔다. 지난 4월에는 영국계 PEF CVC캐피털이 도시바를 통째로 사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양자암호와 원자력 기술을 가진 도시바를 지키기 위해 비밀리에 도시바 경영진을 지원해 왔다. 일본 정부가 주주총회에서 일부 행동주의 펀드들에게 주주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가지와라 히로시 경제산업상은 "국가의 안전확보에 필수적인 사업과 기술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경제산업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외국계 펀드들은 일본 정부의 도시바 지원을 "부당개입"이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유지분에 대한 주주권까지 제한하면 해외투자가들의 일본 시장 이탈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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