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머물던 ‘젠더 갈등’이 정치·사회적 현실로 부상한 지 오래지만, 갈등이 확대·재생산되는 주요 무대는 여전히 인터넷 공간이다. 남초·여초 커뮤니티는 각각 남혐(남성혐오)·여혐(여성혐오) 논란의 중심에 선 개인, 조직, 정치권을 공격하는 ‘선봉대’ 역할을 한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유년기부터 청소년기까지를 보낸 2000년대는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남녀 갈등이 고개를 들던 시기다. 2000년에 생긴 디시인사이드의 남초 게시판에서 ‘된장녀’ ‘김치녀’ ‘김여사’ 같은 여성 비하 단어가 등장했다.
이후 2010년 ‘일베’(일간베스트)가 나오면서 표현이 더욱 과격해졌다. 이에 대한 반작용은 여성 중심 커뮤니티 ‘메갈리아’를 낳았다. 여기에 ‘워마드’까지 가세하면서 본격적인 성별 간 갈등 구도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주요 커뮤니티에 ‘민주당은 페미가 민주당의 주홍글씨인 걸 알까요?’(남성 성향 C커뮤니티), ‘한국 남자들이 도태남인 이유’(여성 성향 W커뮤니티) 같은 글이 줄줄이 올라와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유튜버들도 터무니없는 가짜 정보로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들이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것은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유튜브 수익 분석 사이트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젠더 갈등을 소재로 한 콘텐츠를 올리는 유튜브 채널 중 슈퍼챗(실시간 후원금)으로 수천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곳도 많다. 손희정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건강한 공적 담론이 생성되기 어려운 환경에서 적나라한 혐오 표현이 주목을 끄는 세태가 이어져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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