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거래위원회가 급식업체 삼성웰스토리에 사내 물량을 100% 몰아주고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 준 혐의로 삼성전자 등 4개 회사와 웰스토리에 부당지원행위 관련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삼성그룹은 “공정위가 무리한 짜맞추기 조사를 했다”고 반발했다.
24일 공정위는 미래전략실이 개입해 삼성웰스토리에 사내급식 물량을 몰아주고,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계약구조를 만든 혐의로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SDI·삼성디스플레이 등 4개사와 웰스토리에 대해 과징금 총 2349억원을 부과하고,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을 검찰 고발키로 했다. 삼성전자에 부과된 과징금 1012억원은 국내 단일기업 중 최고액이다. 회사별로는 삼성웰스토리(959억7300만원)를 비롯해 삼성디스플레이(228억5700만원), 삼성전기(105억1100만원), 삼성SDI(43억6900만원) 등이 무거운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삼성전자 등 4개사가 2013년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사내급식 물량 전부를 웰스토리에게 수의계약 방식으로 몰아주고 △식재료비 마진 보장 △위탁수수료로 인건비의 15% 추가 지급 △물가ㆍ임금인상률 자동 반영 등 웰스토리에 유리한 계약을 통해 회사가 높은 이익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2012년 웰스토리 급식 품질에 대한 사내 불만이 높아지자 식재료비를 추가 투입하기로 결정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식재료비가 높아지자 웰스토리 이익률이 기존 22%에서 15%수준으로 금감했고, 이에 미전실은 웰스토리가 최적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이같은 지원행위를 통해 웰스토리가 삼성전자 등 4개사로부터 9년간 25.27%의 평균 직접이익률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기간 상위 11개 경쟁사업자들의 평균 영업이익률(3.1%) 대비 현저히 높은 영업이익률(15.5%)도 달성했다.
특히 공정위는 삼성 경영권 승계를 위한 조직인 미전실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4개사는 2013년 당시 웰스토리에 식재료비 마진을 보장하는 대신 실제로 식비로 모두 사용하는지 검증하려 했다. 그러자 미전실이 나서 식자재 가격 시장조사를 하지 못하도록 지시했고, 2014년과 2018년 삼성전자가 추진하던 구내식당 경쟁입찰을 미전실이 중단시키기도 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는 미전실이 나서서 웰스토리 수익 보장 대책을 마련한 것은 총수일가의 경영권 승계 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웰스토리가 내부거래 통한 안정적 수익은 총수일가의 핵심 자금조달창구로 역할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후 삼성물산이 최초로 공시한 분기보고서에 삼성물산 전체 영업이익의 74.76%가 웰스토리로부터 발생했을 만큼 중요한 회사라는 점에서다. 2015~2019년 총수일가가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은 웰스토리가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의 상당부분을 배당금(총 2758억 원)으로 가져갔다는 점도 눈여겨 봤다. 공정위는 웰스토리 수익을 삼성물산에 배당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시 필요한 자금으로 활용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17.48%)으로, 총수일가가 지분율은 총 31.58%다.
이에 삼성 측은 공정위가 짜맞추기 조사로 무리한 결정을 했다고 해당 사건 전원회의에서 반박에 나섰다. 2013년 급식개선 ‘태스크포스팀(TF)’을 만든 것은 웰스토리의 품질을 개선하려는 이유에서라는 것이다. 기존에 식재료비에 운영비가 함께 녹아 있던 것을 식재료비와 운영비를 분리하고, 재료비에서 마진을 남기지 못하도록 요구했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대신 운영비 등 구매 간접비용으로 13.6%의 이익율 보장키로 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보장키로 한 13.6%의 이익률은 기존 웰스토리가 남기던 이익률 25%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모두 삼성 직원들의 식사 품질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는 해명이다.
특히 식사품질 개선 문제를 경영권 승계와 연계시키는 것은 무리한 짜 맞추기 조사라고 반발했다. 전원회의에서 공정위와 공방을 벌이던 삼성 측 관계자는 “임직원들에게 좋은 식사를 제공하려고 했던 문제를 경영권 승계 프로젝트로 보는 것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등은 웰스토리가 높은 이익을 취하는 것을 알 수도 없고, 직접 이익률을 보전해 준 사실도 없다는 것이다. 급식비에서 10% 이익이 더 난다고 해서 배당금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점도 경제계의 지적도 있다.
또 삼성 측은 미전실과 이번 사건을 엮는 과정에서 최 전 실장의 발언을 왜곡했다고 설명했다. 최 전 실장이 급식개선 TF에 “법적 이슈를 따져보면서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자”고 지사한 사항을 “최적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라”는 지시로 곡해했다는 것이다. 삼성 측은 이번 공정위 조사에 불복해 행정소송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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