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얼마로 만들지가 문제"…정용진의 e커머스 신세계 [종합]

입력 2021-06-24 17:31   수정 2021-06-24 17:32


“(이베이코리아 인수가액이)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다.”

국내 3위 e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대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이 이같이 언급하며 승자가 됐다.

신세계는 24일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합병(M&A) 측면에서는 그야말로 정 부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천명한 '이기는 한 해'가 된 것.

신세계는 이번 인수를 계기로 내부적으로는 '온라인과 디지털' 중심으로 사업 재편에 나선다. 이와 함께 '혈맹'을 맺은 시장 1위 네이버와 손잡고 'e커머스의 판'을 흔들겠다는 방침이다.
신세계, 대형 M&A 줄줄이…'이기는 한 해'

신세계그룹이 3조4000억원에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고 국내 e커머스 업계 2위 사업자가 된다.

신세계그룹 계열 이마트는 이날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해 설립한 에메랄드에스피브이가 미국 본사인 이베이아이앤씨(eBAY INC)와 이베이코리아 유한책임회사 지분 매매에 관한 주요 계약조건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합의에 따르면 신세계 측은 이베이코리아 지분 80.01%를 3조4404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신세계는 올해 들어 공격적인 인수·합병(M&A)로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이마트 프로야구단 SSG랜더스와 패션 플랫폼 W컨셉에 이어 이베이코리아 인수까지 성사시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던 정 부회장은 유독 이번 인수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며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외적으로는 신세계측은 “미래 유통은 온라인 강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이번 인수는 단순히 기업을 사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기회를 사는 딜”이라고 설명했다.
e커머스 2인자 오른 신세계…유통 신세계 그린다

정 부회장은 이베이코리아를 품고 한국 e커머스의 신세계를 그린다. 이번 인수로 신세계는 로켓성장한 쿠팡(13%)을 제쳤을 뿐 아니라 롯데의 통합 온라인쇼핑몰 롯데온(5%)과)과 격차를 한층 벌렸다.

오픈마켓 선두주자 G마켓, 옥션, G9 등을 거느린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네이버(18%·거래액 27조원), 쿠팡(13%·22조원)에 이은 국내 e커머스 시장 점유율 3위(12%·20조원) 기업이다. 여기에 신세계의 통합 온라인쇼핑몰 SSG닷컴(3%·4조원)을 합치면 시장점유율은 15%(24조원)로 뛴다.

신세계는 당초 네이버와 컨소시엄을 꾸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계획이었으나 인수전 막판에 네이버가 빠지며 변수가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신세계는 단독으로 인수전을 완주, 승자가 됐다. 이에 신세계그룹은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점유율 기준으로 네이버에 이어 2위로 올라서게 됐다.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계기로 사업구조를 '온라인과 디지털' 중심으로 바꾼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신세계가 온·오프라인 통합 기준 국내 1위 유통 사업자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베이코리아의 유료 멤버십 고객 270만명과 국내 최대 규모의 판매자를 얻게 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극강의 온라인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베이와 기존 채널 및 오프라인 채널 운영 노하우, 물류역량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 기존 오프라인 유통채널과 함께 프로야구단 SSG랜더스, 통합 온라인쇼핑몰 SSG닷컴 등 온라인 종합 플랫폼을 갖춰 '온·오프라인 360 에코시스템'을 완성할 것이란 계획을 내놨다.

아울러 SSG닷컴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 4년간 1조원 이상을 온라인 풀필먼트 센터에 투자하겠다는 비전도 내놨다. 오프라인 거점을 온라인 물류 전진기지로 활용, 물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정보기술(IT) 전문가 확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숙련된 인력을 확보해 온라인 사업의 성장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이마트 부문 내 온라인 비중이 약 50%로 확대된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온라인이 아니라 유통판 전체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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