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발표한 ‘주 52시간제 현장 안착 지원방안’의 골자다. 정부가 다음달부터 50인 미만 기업에 계도기간 부여 없이 주 52시간 근로제를 강행한다고 밝히면서, 중소기업계와 벤처업계 반발이 심상치 않자 경제부처 수장이 나서 긴급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이날 발표를 본 중소기업계는 또 한 번 탄식을 내뱉는 분위기다. 새로운 지원 방안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 홍 부총리는 “근로시간 단축 과정에서 신규 인력 채용 기업이 고용을 유지하면 최대 월 120만원(신규 80만원+재직자 40만원)을 최장 2년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018년 7월부터 고용노동부가 시행하고 있는 ‘일자리 함께하기’ 제도다. 근로시간 단축제 시행으로 늘어난 근로자 임금을 지원(최대 80만원)하고, 이로 인해 줄어든 기존 근로자의 임금을 보전(40만원)해주겠다는 내용이다. 기재부와 고용부도 “새로운 제도 발표는 아니다. 기존 제도가 잘 안 알려져 홍보 차원에서 부총리가 발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시행한 지 3년이나 된 제도가 여태껏 중소기업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은 ‘신규 채용’을 조건부로 내건 까다로운 기준 때문이다. 한 중소 제조업체 사장은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고 외국인 입국도 막혀 현재 중소기업 부족 인력이 21만 명에 달하는데 신규 채용을 조건으로 내걸면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이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홍 부총리가 언급한 전문가의 ‘방문 컨설팅 제공’ 방안도 올해 초부터 50인 미만 기업에 대해 고용부와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공인노무사회가 함께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신규 채용이 어려운 뿌리기업·지방 기업에 외국인 인력을 우선 배정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내용도 재탕이긴 마찬가지다. 1주일 전 고용부가 발표한 내용이어서다.
우선 배정 기준도 전 업종 외국인 쿼터가 아니라 제조업 쿼터 내에서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섬유 조선 식료품 등 다른 제조업체의 인력난이 가중될 여지도 있다. 중소기업들이 “외국인 근로자 입국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 급선무이지 우선 배정하는 것만으로는 실효성이 없다”고 말하는 이유다. 올해 외국인 근로자 수요 4만700명 가운데 입국 인원은 지난달 말 현재 1021명으로 2.5%에 불과하다.
결국 정부는 중소기업 요구에는 귀를 닫은 채 제 할 말만 고집한 셈이 됐다. 주 52시간제 강행으로 범법자가 될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의 절규를 언제까지 외면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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