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현장서 외국인 대신 내국인 쓰면 임금 지원한다

입력 2021-06-24 17:48   수정 2021-06-25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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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자리 정책의 일환으로 건설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내국인으로 대체할 경우 임금 일부를 보조해주는 사업을 추진한다. 하지만 실효성이 의심되는 데다 건설 현장에서 내국인과 외국인 간 불필요한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에 따르면 다음달 국회에 제출하는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의 사업 중 하나로 건설업 외국인 근로자 대체 사업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외국인 근로자 입국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계를 지원한다는 취지다. 고용지표가 개선되는데도 여전히 심각한 수준인 청년 실업문제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점도 고려됐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이 실제로는 건설 현장에서 외국인, 특히 중국 동포를 몰아내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2019년 대한건설협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건설 노동자의 34%가 외국인으로 채워져 있다. 이 중 80%는 중국 동포와 중국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불법체류자 등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며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50~60%가 외국인이며 그중 절대다수가 중국 동포”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건설업 경기실사지수가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건설 경기가 빠르게 되살아나는 가운데 이번 대책이 중국 동포 등 외국인 근로자들의 실업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건설 쪽은 외국 인력이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해 내국인 접근이 어려운데,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반발을 살 수 있다”며 “갈등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추경 예산 집행에 따라 일시적으로 내국인 채용이 늘어나더라도 외국인 근로자 자체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국인 근로자를 내국인으로 대체하는 정책은 과거에도 실패했다”며 “외국인이 차지한 일자리가 내국인과 경쟁하는 일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내국인의 임금을 보조해주더라도 고용 전환 효과는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외환위기로 실업난이 심했던 1999~2000년 211억6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외국인력 대체고용사업을 편성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7월 외국인 근로자를 신청한 기업 1478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외국인 근로자 도입이 불가능한 경우 내국인 근로자로 대체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내국인 기피업종으로 내국인 대체 불가’라고 응답한 기업이 72.3%에 달했다. ‘임시 일용직 고용 등 단기적 조치가 가능하다’는 응답은 20.7%, ‘내국인 상용직 근로자로 대체 가능하다’는 7.0%에 그쳤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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