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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말뫼는 1900년대 중·후반까지 유럽 조선산업의 번영을 상징하는 도시였습니다. 하지만 한국 업체에 밀려 1986년 코쿰스 조선소가 문을 닫은 후 1990∼1995년 2만8000여 명의 실업자가 거리로 내몰리는 등 희망이 없는 도시로 전락했죠. 2002년 9월 25일에는 말뫼의 상징이라 할 138m 높이의 코쿰스 조선소 크레인이 단돈 1달러 가격으로 한국의 현대중공업에 팔렸습니다. 스웨덴 국영방송은 해체돼 떠나는 크레인을 말뫼 시민들이 눈물로 전송하는 모습을 방송으로 내보내면서 장송곡을 틀었고, 이는 ‘말뫼의 눈물’로 불렸습니다.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공장에 설치된 말뫼의 크레인은 한동안 한국 조선업 발전을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한국 조선업도 중국의 추격에 밀려 급기야 2018년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제품을 생산하던 경남 울주군 온산공장(20만㎡) 매각을 결정했습니다. 협력업체를 포함해 4000여 명의 근로자가 길거리에 내몰리는 상황에 처했고 결국 그해 8월에는 말뫼 크레인마저 가동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말뫼의 눈물이 ‘울산의 눈물’로 바뀌게 된 것이죠.
미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철강도시 피츠버그와 자동차 중심지 디트로이트는 1950년대 각각 68만 명과 185만 명의 인구를 기록했지만 2019년 기준 30만 명과 67만 명으로 줄었죠. 주요 산업의 쇠퇴로 인구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입니다. 두 도시를 포함해 미시간, 인디애나,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주에 이르는 지역을 러스트 벨트(Rust Belt)라고 부릅니다. 1870년대 미국 제조업 중심지였으나 산업이 쇠퇴하면서 이들 지역의 기계에 녹(rust)이 슬었다고 빗대어 표현한 것이죠.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석탄도시인 강원 태백시는 국민 대부분이 연탄을 사용하던 1985년 인구가 11만4000명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석탄산업 사양화에 따라 지난달 기준 4만1718명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변변한 산업을 키우지 못한 지방 소도시들은 소멸을 걱정해야 할 처지입니다. 대도시 인구 집중과 저출산이 겹치면서 지난해 5월 기준 우리나라 228개 시·군·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05곳이 ‘인구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습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출산이 가능한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고령인구로 나눈 값을 의미하는 ‘인구소멸위험지수’가 0.5 미만이면 인구소멸위험지역, 0.2 미만이면 인구소멸고위험지역으로 간주됩니다. 인구소멸위험지역은 2014년 79곳에서 2016년 84곳, 2019년 93곳 등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부산 서구(0.462), 인천 동구(0.465), 대구 서구(0.472)가 지난해 새롭게 소멸위험지역으로 진입하는 등 광역대도시에 있는 낙후지역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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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부터 제철과 조선산업의 중심지였다가 1980년대 쇠퇴했던 스페인 빌바오도 비슷합니다. 1980년대 중반 실업률이 35%에 달했던 빌바오는 1997년 1억달러를 투자해 세계적 미술재단인 구겐하임미술관을 유치했습니다. 개관 1년 만에 예상치의 3배에 달하는 13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해 1억6000만달러라는 놀라운 수입을 거뒀습니다. 쇠락한 공업도시에서 세계적 문화관광도시로 탈바꿈한 것이죠.
1960년대 중반 인구 25만 명이던 전남 나주시도 2013년 8만여 명 선까지 떨어졌지만 한국전력 등 공공기관 16곳을 유치하면서 되살아났습니다. 혁신도시 건설 전인 2011년 2조2920억원이던 지역내총생산(GRDP)이 2018년 4조3811억원으로 91.1% 증가했습니다. 경남 거제, 전북 군산, 울산 등 기업이 쇠락한 곳과 경기 성남 판교, 화성, 평택, 충남 당진, 서산, 전남 나주처럼 역동적 기업들이 활력을 불어넣는 지역의 대조가 뚜렷해 보입니다.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② 주요 국가 도시들이 기업 유치와 일자리 늘리기를 해도 저출산 추세에 따라 인구는 계속 줄어들까.
③ 런던 뉴욕 등 세계적 대도시와 경쟁하기 위해 서울 등 수도권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까,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 공장과 공기업 등의 지방 이전을 확대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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