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후지산을 물구나무 걸음으로 오르겠다고 하는 편이 낫겠다"
지난 2000년대 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연구한 국내 기업들을 보고 일본 업체들이 비웃으면서 한 말이다. 실제 OLED 기술에서는 일본이 훨씬 앞서 있었다. 소니는 2007년 세계 최초의 OLED TV를 출시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로부터는 외면받았다. 화면 크기가 11인치에 불과한 데 비해 가격은 2500달러에 달했기 때문이다.
2014년엔 소니와 파나소닉은 OLED TV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OLED TV 대형화에 따른 비용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니와 파나소닉은 대신 OLED 패널을 LG디스플레이로부터 공급받기로 했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시장 확대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갔다. 제품 판매보다 먼저 시장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가지고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섰다. 특히 소니와 파나소닉이 시장포기를 선언한 2014년에 이같은 전략에 박차를 가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꺼려하는 수율과 월 생산량도 밝혔다. LG디스플레이가 당시 밝힌 2014년 OLED 패널의 수율은 80%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었다.
LG디스플레이 OLED 사업은 이후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13년 3만 5000대였던 OLED TV 패널 출하량은 2014년 16만 5000대로 껑충 뛰었다. 이후 매해 2배 이상씩 성장해 지난해엔 447만 2000대를 기록했다.
특히 일본 시장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일본에서 판매된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10대 중 9대가 OLED TV 인 것으로 나타났다. 2500달러 이상 TV 판매금액 중 OLED TV의 비중은 2019년 75%에서 2019년 85%, 그리고 올 1분기 90%를 기록하며 꾸준히 상승 중이다.
특히 지난해 전세계에서 팔린 2500달러 이상 TV 중 OLED TV의 비중이 31%인 점을 감안하면 일본내 OLED TV 인기는 남다른 측면이 있다. 일본은 전 세계 OLED TV 시장에서 단일국가로는 미국에 이어 2번째로 큰 시장이기도 하다. 지난해 판매된 OLED TV 중 22%가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었으며, 14%가 일본에서 팔렸다.
현재 TV용 OLED 패널을 생산하는 곳은 전세계에서 LG디스플레이 한 곳 뿐이기 때문에 일본에서 판매된 OLED TV에 쓰인 패널은 전부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한 것이라고 봐도 된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일본 국민들이 화질에 민감한 데다 한때 기술에서 앞섰던 소니를 지켜본 경험으로 OLED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최근 도쿄올림픽 때문에 일본 내 OLED TV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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