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자택 인근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네이버 직원 사망사고와 관련해 최인혁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사의를 표명했다. 다만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등 다른 법인 직책은 유지하기로 했다.
네이버 리스크관리위원회는 25일 "최근 한 직원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해 최 COO가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해 이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사 결과 일부 임원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실제 있었다. 리더로서 건전한 조직문화 조성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가해자들에게는 지금까지 확인된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각각 징계 결정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리스크관리위에 따르면 상사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유명을 달리한 직원 A씨의 가해 당사자로 지목된 신모씨에 대해 해임을 권고했다. 또 다른 가해 당사자로 지목된 우모씨에게는 감봉, 이건수 네이버 글래스 CIC 대표에게는 경고 처분을 권고했다.
최 COO는 과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이미 한 차례 네이버를 퇴사했던 신모씨를 직원들 반대에도 재영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최 COO는 신씨에게 "과거와 같은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을 직원들에게 약속하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COO는 1999년 네이버에 입사한 창립 멤버로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최측근이다. 최 COO가 COO 자리에서만 물러나고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자리는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이 때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는 최 COO 사의와는 별개로 경영 쇄신에 나설 방침이다.
네이버는 우선 새로운 조직 체계와 리더십을 구축하기로 했다. 네이버 이사회는 "현재의 CXO 체제가 회사의 지속적 성장과 혁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실제로도 획기적 성과를 달성했다고 평가한다"며 "하지만 급성장 결과 조직 규모가 커지고, 업무의 복잡성이 증대되는 속도가 지금의 CXO들에게 요구되는 책임을 압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사회는 그동안 경영진이 네이버 미래에 걸맞은 새로운 조직문화와 리더십을 위해 다양한 안을 이미 검토하고 있던 점을 알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네이버의 미래를 위해서는 새로운 조직문화와 리더십 구축을 더이상 늦출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 경영진은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개선된 체계를 만들 계획이다. 변대규 이사회 의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뤄지는 경영체계 변화가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는 소중한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네이버는 새로운 단계의 도약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1시경 자신의 주거지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A씨 주변에서 업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내용의 쪽지가 발견한 뒤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은 자체 조사에 나섰고 중간조사 결과 A씨가 야간·휴일·휴가 구분 없는 과도한 업무, 지위를 이용한 상급자의 부당 업무지시, 상급자의 모욕적 언행, 상급자로부터의 해결할 수 없는 무리한 업무지시 등을 받았던 것으로 파악했다.
노조는 오는 28일 오전 10시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앞에서 약 1개월 동안의 자체 조사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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