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주·민감주 쌍끌이로 달렸다…"3400은 삼성전자에 달려"

입력 2021-06-25 17:23   수정 2021-07-02 18:59


“오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 3300대에 올라선 것은 주식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풍부한 유동성, 꾸준한 기업 실적 개선세에 더해 미국발 대외환경 개선 호재까지 나오면서 한국 증시가 재평가되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을 고려했을 때 3400대까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보면서도 하반기 대외환경 변화에 따른 시장 불안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순환매 뚫고 3300

25일 코스피지수는 0.51% 오른 3302.84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3316.08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 기록을 썼다. 외국인과 기관이 장중 각각 2451억원, 5885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상승장을 이끌었다. 개인은 차익실현에 나서며 장중 8190억원어치를 팔았다. 시총 비중이 큰 삼성전자(0.49%)와 SK하이닉스(1.98%)가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오르면서 3300선 돌파 동력이 됐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월 중순 3100대에 올라선 이후 5월까지 박스권 장세를 이어갔다. 지수는 박스권이었지만 경기민감주가 부상하면서 순환매 장세가 펼쳐졌다. 철강·화학 등 경기민감 가치주가 강세를 보이다가 플랫폼·2차전지 등 성장주들이 바통을 이어받는 흐름이 반복됐다.

6월 들어서 외국인 매도세가 약해진 사이 코스피지수는 3200대에 안착했다. 국민연금 등이 포함된 연기금이 연초처럼 매도일변도로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수급에 긍정적이었다. 여기에 카카오와 네이버가 시총 3위 자리를 놓고 상승 경쟁을 펼치면서 3300선 돌파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22일부터 이날까지 4거래일 동안 오른 삼성전자는 3300 돌파를 위한 ‘마지막 한방’이 됐다.
‘내강외강’된 韓증시
지난 수개월간 한국 증시는 ‘내강외유’(안은 강하고 밖은 약한 상태)였다. 상장사의 펀더멘털(실적 기반)은 강했다.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코스피지수가 3012였던 2월 말에 14.1배에 달했지만 현재는 오히려 12.3배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스피지수의 PER 상단은 통상 13~14배 수준으로 본다. 코스피지수가 올랐지만 기업들의 실적전망치는 더 빠르게 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은 오히려 더 매력적인 수준이 됐다는 얘기다.

문제는 대외환경이었다. 미국발 금리 급등 우려가 성장주를 짓눌렀다. 미국 정부의 인프라 투자 관련 협상 타결이 지연되면서 경기민감주의 상승세도 꺾이는 듯했다. 하지만 시장금리 상승폭이 우려만큼 크지 않았고 장기 금리가 주춤하면서 성장주에 대한 우려도 수그러들었다. 여기에 24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추진한 129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예산안 협상이 타결되면서 투자심리는 한층 회복됐다.

‘내강외유’에서 ‘내강외강’으로 분위기가 달라졌단 얘기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네이버·카카오 등 IT 소프트웨어에 몰렸던 관심이 삼성전자 같은 IT 하드웨어로 옮겨가는 모습”이라며 “유동성과 기업 실적이 받쳐주면서 코스피지수 밸류에이션도 12배 수준에 머물러 있어 비싸다고 평가되는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3400 이후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3400선까지는 추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2개월 선행 PER 13배까지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종의 3분기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본격적인 상승 랠리를 펼칠 경우 3400선 돌파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인플레이션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에 대한 불안감이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Fed가 오는 8~9월에는 테이퍼링(양적완화 정책의 점진적 축소) 관련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는 어느 정도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향후 미 중앙은행이 테이퍼링에 나서면 시장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까지 겹치면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수급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윤상/이슬기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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