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25일 제1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내년 건보료율 결정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건정심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 사용자 단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근로자 단체가 복지부 공무원 및 전문가와 함께 참여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건보료율 조정에 관한 안건 상정 외 구체적인 논의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자와 사용자 단체 모두 “건보료율은 국고 지원 확대와 연계해 논의해야 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소위원회 심의 기간을 연장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복지부와 건보공단 등은 문재인 케어 재원 확보를 위해 3%대 보험료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반해 경총 등 경영계는 코로나19 여파로 보험료율 인상이 어렵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향후 소위원회에서 구체적인 수치들이 논의될 예정”이라며 “8월께 최종적으로 결론 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건보료율은 매년 큰 폭으로 인상되고 있다. 2016년 0.90%, 2017년 0%였던 건보료 인상률은 현 정부가 처음 인상 폭을 정한 2018년 2.04%로 크게 뛰었다.
이후 2019년 3.49%, 2020년 3.20%. 2021년 2.89% 등 3% 안팎의 높은 인상률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이 내는 건보료율은 2017년 6.12%에서 올해 6.86%까지 올랐다. 개인과 기업이 절반씩 부담하는 것을 고려하면 개인의 건보료율은 같은 기간 3.06%에서 3.43%로 오른 셈이다.
정부가 건보료율을 급격히 올리는 이유는 건강보험 적립금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어서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는 방향의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면서 2018년 말 20조6000억원이었던 건보 누적 적립금은 2020년 말 17조4181억원으로 줄었다. 기금 고갈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이듬해인 2023년 누적 적립금을 10조원 이상으로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연평균 3.20%의 건보료율 인상이 필요하다고 봤다.
하지만 올해 건보료율이 크게 인상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로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리는 사람이 늘면서 지난해 건보 적립금 감소 폭은 3531억원에 그쳤다. 적자가 많이 발생하지 않은 만큼 건보료율 인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것이란 관측이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도 변수다.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준조세 부담을 늘리는 데 여권이 부담을 느낄 것이란 분석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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