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는 “법원이 간접적으로 넷플릭스가 망 이용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넷플릭스 측은 “SK브로드밴드의 소송은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 ‘무임승차’ 프레임을 씌우려는 시도”라고 항변했다.
재판 진행 과정에서 양측이 치열하게 다퉜던 쟁점 가운데 하나는 망 이용 대가를 ‘접속료’와 ‘전송료’로 나눌 수 있는지 여부였다. 넷플릭스를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접속은 유료, 전송은 무료”라고 주장했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연결성을 제공하는 경우만 인터넷 접속”이라고 규정했다.
SK브로드밴드는 한국 내에서만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특정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한 이용자가 요청한 콘텐츠의 전송은 ISP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SK브로드밴드를 대리한 법무법인 세종은 “접속과 전송을 구분한 것은 인위적”이라며 “사용자나 CP가 인터넷망에 트래픽을 보낼 때 접속과 전송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망 중립성’에 대한 해석도 주요 쟁점이었다. 망 중립성 개념은 ‘통신망 제공 사업자가 모든 사용자에게 동등하며 차별 없이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는 인터넷 운영 규범이다. 넷플릭스는 “망 중립성에 의해 망 이용은 무상으로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는 “망 중립성의 핵심은 차별 없이 데이터를 제공하라는 것이지, 데이터를 공짜로 제공하라는 게 아니다”며 강력 반발했다.
이번 판결로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다른 인터넷서비스 제공자 역시 넷플릭스에 “망 이용료를 지급하라”고 요구할 길이 열렸다. 국내 CP에 대한 ‘역차별’ 논란도 수그러들 전망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CP는 국내 ISP에 망 이용료를 내고 있다. 넷플릭스와 구글 등 해외 CP가 망 이용료 지급을 거부해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목소리가 나왔었다.
이번 판결엔 지난해 12월 10일부터 시행된 이른바 ‘넷플릭스법(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이 법은 글로벌 CP에 ‘네트워크 서비스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했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웨이브 여섯 곳이 적용받는다. 강신섭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국내 기업 SK브로드밴드와 글로벌 기업 넷플릭스의 소송은 사실상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며 “넷플릭스는 국내 전기통신사업법이나 민법 법리를 뛰어넘는 논리를 펼쳤으나 법원이 냉정하게 판단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ISP는 개인 이용자들에게 이미 인터넷 접속 요금을 받는다”며 “콘텐츠 기업에 ‘무임승차’ 프레임을 씌우며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기업의 역할과 책임을 외면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항소 가능성과 관련해선 “법원 판결문을 검토한 뒤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SK브로드밴드는 “법원이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을 법적으로 확인한 것”이라며 “넷플릭스가 항소하면 곧바로 밀린 채권을 갚으라는 반소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현아/선한결 기자 5hyu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