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모바일 사업 철수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삼성전자 안방'이라 불렸던 한국 스마트폰 시장이 격변의 시기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바로 스마트폰 출시 이후 줄곧 한국 시장을 독주해왔던 갤럭시를 위협할 애플 아이폰의 진격 때문입니다.
27일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동향을 분석해 보면, LG전자의 모바일 사업 철수가 가시화된 올 초부터 이달까지 애플의 점유율은 지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달 기준 애플의 점유율은 26.77%로, 전년 대비 점유율이 3.4%포인트(P)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 초반 점유율을 유지했던 애플의 점유율은 근 2년간 국내 시장에서 애플의 최대 점유율입니다.
반면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올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오히려 하락셉니다. 같은 조사업체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65.59%인데, 1년이 지난 지금은 63.14%입니다. 지난해 65%라는 역대 최대 점유율을 지속 유지했던 갤럭시의 위상이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물론 이달 기준 삼성전자와 애플의 점유율 차이는 36%P로, 아직도 격차가 큽니다. 여전히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난해 초만 해도 43%P까지 차이가 벌어졌던 격차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로선 불편한 사실입니다.
국내 시장에서의 갤럭시 점유율 하락과 애플 '아이폰12'의 상승세. 삼성전자가 2016년 '갤럭시노트7' 발화 사고 이후 5년 만인 올해 1분기 경영진단을 진행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2015년 팬택에 이어 LG전자까지 모바일 사업을 접으면서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국내 업체는 삼성전자만 남게된 상황에서 영향력이 막강했던 국내 시장에서도 애플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애플의 한국 스마트폰 시장 공략이 계속 거세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내 시장에서 나름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었던 LG전자의 모바일 사업 철수를 기폭제로 삼는 모양샙니다. 애플은 LG전자가 모바일 사업 철수를 발표하자 애플은 자사 처음으로 LG폰에 대한 보상 프로그램을 실시, 아이폰12 시리즈로 교체할 경우 기본 단말기 중고 시세에 15만원을 추가로 보상해주는 정책을 폈습니다. 삼성전자 역시 비슷한 정책을 통해 맞불을 놨습니다. LG전자 이용자들을 흡수하려는 전략이죠.
더 큰 업계의 이목이 쏠리는 건 애플의 LG전자 오프라인 매장 'LG베스트샵'을 통한 아이폰 등 애플 모바일 제품 판매 타진입니다. 이를 통해 애플은 단숨에 전국 400여 개 매장을 확보해 아이폰 오프라인 판매처를 대폭 확대하게 됩니다. 현재 국내에는 애플 제품 판매 대리점인 애플스토어가 서울에 2곳뿐입니다. LG전자 입장에서도 그간 모바일 판매를 맡아왔던 '모바일 매니저'의 고용을 상당수 보전하고, 아이폰 소비자들의 LG베스트샵 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셈입니다.
LG전자는 이와 관련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전국 이동통신 유통망 등 휴대폰 대리점의 반발도 거셉니다. 다만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LG전자가 LG베스트샵에서 아이폰을 파는 방안은 이미 내부적으로 확정된 사안입니다. 특히 LG가 곧 자사 임직원몰을 통해 아이폰을 판매하려는 것도 애플과 LG와의 '밀월' 관계를 엿볼 수 있는데요. LG가 임직원몰에서 LG폰이 아닌 타사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내놓을 스마트폰 신제품의 흥행 여부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를 다소 도전적인 스마트폰 전략을 펼칠 전망인데요. 올해는 매년 하반기 출시해 왔던 갤럭시노트 시리즈 대신 폴더블(접는) 스마트폰에 집중합니다. 올 8월 신제품 공개행사 '갤럭시 언팩"을 통해 출격이 예상되는 '갤럭시Z폴드3' '갤럭시Z플립3'이 주인공입니다. 상반기 'S' 시리즈-하반기 '노트' 시리즈라는 전통적인 삼성 갤럭시 출격 라인업에 큰 변화를 준 것입니다.
폴더블폰은 고가 제품으로, 고마진이 장점이지만 아직까지 시장이 무르익지는 않았기 때문에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갤럭시Z폴드3는 '궁극의 폴더블폰'이 될 것이란 전망인데요,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폴더블폰을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을 지 여부에 주목됩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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