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부모가 결혼할 자녀를 도와주는 것은 고가의 주택을 직접 마련해 주는 정도가 아니라면 특별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택 가격이 치솟으면서 과세당국이 편법 증여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보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자녀의 전세금 등 일부를 빌려줄 때는 우선 부모와 자녀 간에 주고받은 금액이 증여받은 돈이 아니라 추후 갚을 돈이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계약서와 차용증을 쓰는 것이 필수다. 이 같은 증빙이 없을 경우엔 빌려준 돈 전부에 대해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
당사자 간에 적정한 이자를 주고받은 뒤 관련 금융거래 기록을 보관해두는 것도 필요하다. 이자를 너무 낮게 책정하거나 이자를 받지 않은 경우 이자 상당액을 증여한 것으로 본다. 구체적으로 현행 세법에서 정한 연 4.6%의 이자율을 적용한 이자금액과 실제 수취한 이자금액을 비교해 차액에 대해 증여세를 물리는 것이다.
다만 세법은 그 차액이 1000만원을 넘어야 과세할 수 있도록 약간의 여유를 두고 있다. 2억원까지는 이자 없이 빌려줘도 된다는 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억원에 연 4.6%의 이자율을 곱하면 920만원이 되기 때문에 1000만원 미만이라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산술적으로는 2억1739만원까지 무이자 대여가 가능한 것으로 계산된다.
단 1년 이후엔 사정이 좀 달라진다. 2억원에 대한 이자를 매년 계산하는 경우 1년 이후부터 1000만원을 초과하게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차액에 대한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다.
《궁금한 상속·증여》 저자들은 “과세관청은 개인의 금융거래정보를 폭넓게 확인할 수 있고, 개인이 부동산을 구입하는 경우에도 자금 출처를 상세히 기록해 제출하게 된다”며 “결혼, 자녀 출산 등을 계기로 부모로부터 지원받는 부분이 있다면 그런 지원의 성격 및 소명 방법에 대해 미리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전세를 주고 있는 아파트를 보증금 채무와 함께 자녀에게 넘기는 방법이 절세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궁금한 상속·증여》 저자들은 이 경우 향후 채무 변제를 꼼꼼히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상증세법에 따르면 가까운 관계에서 부동산을 증여하면서 실제 채무의 인수 없이 부담부 증여를 주장해 조세 포탈 내지 회피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배우자 간 또는 직계존비속 간 부담부 증여를 할 때는 채무액이 증여받은 사람에게 인수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부담부 증여를 할 때는 채무의 존재 여부와 자녀에게 확실히 인수됐는지 여부 등을 입증해야 한다. 부담부 증여로 재산을 증여해놓고 향후 채무를 부모가 변제한다면 채무 상당액 역시 증여한 것으로 보고 과세될 수 있다. 대체로 전세보증금이나 국가를 상대로 한 채무처럼 공개돼 있는 것은 채무의 존재를 별도로 입증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