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금리 17개월 만에 최고…가계·기업 '4200조 빚폭탄' 위태

입력 2021-06-27 18:08   수정 2021-06-28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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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할 뜻을 내비치자 3년 만기 국고채(국채) 금리가 17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시장금리가 오름세를 이어갈 조짐에 4000조원을 웃도는 빚을 짊어진 가계·기업의 이자 상환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25일 0.057%포인트 상승한 연 1.441%로 집계됐다. 2020년 1월 20일(연 1.455%) 후 1년5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중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져 우한 봉쇄령이 내려진 지난해 1월 23일 이후로 연 1.4%대를 밑돌았다. 올해 최저인 지난 1월 5일(연 0.936%)보다 0.505%포인트나 높다.

지난 10일 3년 만기 국채 지표물이 바뀐 영향도 있지만 외국인이 3년 만기 국채선물을 집중적으로 매도한 여파로 금리가 급등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1~25일에만 국채선물 7만8525계약(액면가 7조8525억원)을 팔아치웠다. 월간 순매도 기준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4년 후 최대치다.

외국인이 국채선물을 정리하는 것은 이 총재가 연내 금리 인상 신호를 내비친 것과 맞물린다. 이 총재는 지난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늦지 않은 시점에 통화정책을 질서 있게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이르면 올해 8월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은이 8월에 금리를 올리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1.5%까지 오를 수 있다”며 “내년에 기준금리를 두 번까지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퍼지면 연 1.65%까지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금리의 뜀박질로 빚더미에 눌린 일부 가계·기업 살림살이는 나빠질 전망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민간부채(자금순환표 기준 가계·기업부채)는 4226조원으로 작년 1분기 말보다 362조원 늘었다.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는 각각 2045조원, 2181조원으로 202조원, 160조원 늘었다. 지난 1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와 기업부채의 비율은 각각 104.7%, 111.6%로 집계됐다.

빚이 상당한 저소득층 가계와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비용도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을 중심으로 금리 인상으로 직격탄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개 이상 금융회사로부터 차입하고 저소득층(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취약차주는 지난 1분기 말 전체 가계의 6.3%에 달했다. 같은 기간 이들이 금융회사에서 빌린 차입금은 87조5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자보상비율 1 미만 기업) 비중은 조사 대상 상장·비상장 기업(2520개) 가운데 39.7%로 2019년보다 4.6%포인트 증가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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