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역시 고용보험 제도를 유지하려면 보험료 인상 외엔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보며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2019년 10월 고용보험료를 한 차례 인상한 정부가 보험료를 또 올리면 임기 내 고용보험료를 두 번 올린 최초의 정부로 기록된다.
실업급여 지급 등에 쓰이는 고용보험기금은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까지만 해도 적립금이 10조2544억원에 달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년 연속으로 기금 수입이 지출보다 많은 흑자 상태가 유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8년 8082억원 적자로 돌아선 고용보험기금은 2019년 -2조877억원, 지난해 -5조3292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커졌다. 적자 폭 확대로 10조원이 넘는 고용보험 기금 적립금 규모는 지난해 1조9999억원으로 급감했고,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엔 2조6994억원의 기금 부족 사태가 발생할 전망이다. 정부가 2019년 10월 고용보험료를 1.3%에서 1.6%로 0.3%포인트나 인상했는데도 이 같은 결과가 발생한 것이다.
고용보험료 인상에도 불구하고 고용보험기금이 빠르게 고갈된 이유는 정부가 실업자의 생계 보호를 위한 정책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9년 실업급여 수급 기간을 기존 90~240일에서 120~270일로 확대하고, 실업급여 지급액 기준도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올렸다. 실업급여 보장성을 강화한 가운데 터진 코로나19 사태는 기금 소진 속도를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가속화했다.
고용노동부는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지난해 4조6997억원을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서 빌려왔다. 공자기금은 각 부처의 여유 자금과 국채 발행 수입 등을 재원으로 하는 기금이다. 고용부는 올해도 공자기금 3조2000억원을 추가로 빌려 고용보험 기금에 투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빌린 돈에 불과한 공자기금의 최대 예수기간은 10년이기 때문에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박화진 고용부 차관은 지난 2월 “방법은 보험료율 인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며 고용보험료의 추가 인상 필요성을 밝혔다. 이에 대해 안경덕 고용부 장관은 지난 5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상반기에 여러 지출 누수 요인이나 사업 재편을 통한 고용보험 재정 건전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인상 여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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