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엉터리 평가, 고무줄 통계…이렇게 신뢰성 없어서야

입력 2021-06-27 17:46   수정 2021-06-28 06:47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 대규모 계산 오류가 발생하면서 131개 대상기관 중 22곳의 종합등급이나 세부지표가 수정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1984년 공기업 대상 경영평가가 시작된 이래 처음 있는 일로, 정부의 공공기관 평가 신뢰성에 커다란 흠집을 남기게 됐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그 결과에 따라 기관장 문책, 경영개선 계획 제출, 경상경비 삭감, 성과급 지급 여부 등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평가대상 기관 입장에서는 생사가 걸린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가단은 이런 중요한 평가를 하면서 기관별 가중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엉터리 채점을 했다고 한다. 기획재정부는 평가단이 독립적으로 평가한 것이 오류를 불러왔다고 변명하지만 최종 확인과 검증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점에서 책임 회피일 뿐이다.

이번 일은 단순 실수일 수도 있지만 우연으로 보아 넘기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현 정부 들어 주먹구구식 행정이 유독 잦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무엇보다 통계 작성기준과 통계 해석은 정권의 입맛에 맞게 툭하면 바뀌었다. 정부가 지난 4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17%에 그쳤다는 통계를 최근 내세운 것이나, 지난해 임대차법 개정으로 전셋값이 급등하자 전세가격 통계를 개편하겠다고 밝힌 것부터 그렇다. 정부는 2018년부터 고용 참사가 벌어지자 예산을 쏟아부어 노인·알바 일자리를 늘려 고용통계를 분식해왔고, 같은 해 1월 소득분배가 역대 최악으로 나오자 통계청장과 소득분배 조사 방식을 모두 바꾸기까지 했다.

정부 행정이 이처럼 제멋대로이니 공공기관 평가라고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심각한 것은 이런 일이 반복되면 정부 신뢰는 물론 국가 신뢰도마저 추락하게 된다는 점이다. 정부의 통계 숫자가 ‘고무줄’이고 공공기관에 대한 평가까지 믿을 수 없는 것이라면 누가 한국에 투자하려 들겠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국인직접투자(FDI) 비율이 우리나라는 0.32%(지난해 상반기 기준)로 OECD 37개국 중 25위에 그친 반면, 우리 기업의 해외직접투자(ODI) 비율은 12위로 OECD 평균을 넘었다. 규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낮아진 국가 및 정부 신뢰를 반영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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