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의혹을 받은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물러났지만 청와대 인사 검증에 대한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청와대 인사 난맥상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번 문제의 원인을 인사검증 시스템으로 돌렸다. 시스템상 부족한 면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 이해해달라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 검증 시스템은 완전하지 않으며, 비판은 계속 겸허하게 수용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다만 언론이 추가로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 불완전한 청와대의 검증 시스템이 거기까지 알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는 점은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의 가장 큰 원인은 청와대가 이미 김 비서관의 부동산 투기 사실을 알았음에도 임명을 강행했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인사 검증 때 부동산 내역을 확인했고, 각각의 취득 경위와 자금 조달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점검했지만 투기 목적의 부동산 취득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며 “본인 해명과 매각 계획이 있어 임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에 신고한 91억2000만원의 부동산 재산 중 금융채무가 56억2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영끌’ 투자를 한 것이나 신도시 개발 지역 인근 토지를 매매한 것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자신이 살 집 한 채를 살 때도 50% 이상 대출을 못 받게 한 정부치곤 너무 관대한 잣대다.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학습효과가 없다는 점도 국민을 더욱 분노케 하고 있다. 청와대 참모의 부동산 문제가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의겸 전 대변인은 관사에 살며 서울 흑석동에 투자한 것이 문제가 됐고, 지난해에는 다주택 참모들이 집을 파네 안 파네 하며 국민적 공분을 샀다.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며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임대차 신고제)을 제정하고 시행 직전 전세가격을 올린 김상조 정책실장도 물러났다.
청와대 인사의 진짜 문제점은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다. 시스템에서 부동산 투자 내역을 찾아낸다고 해도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국민의 눈높이와 다른 판단을 하는 한 이 문제는 고쳐질 수 없다. 여당에서조차 인사수석 책임론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청와대는 김 비서관을 사퇴시키며 “국민의 눈높이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라고 했다. 임명을 하고 뒷수습 단계에서만 국민 눈높이를 의식할 게 아니라 검증 단계에서부터 국민의 시선을 고려해야 한다. 매번 문제 있는 인사를 임명하고, 여론이 나빠지면 자르는 방식은 국민 피로감만 높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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