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인데 50도 육박…美·유럽 '최악 폭염'에 신음

입력 2021-06-28 17:35   수정 2021-07-0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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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초입인 6월이지만 세계 각국에서는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북서부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섭씨 40도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 기록을 연달아 경신하고 있다. 러시아는 한 세기 만에 가장 더운 여름을 맞았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27일(현지시간) 미 북서부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28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는 지난 26일 한때 42.2도를 나타내 40년 만에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NWS는 포틀랜드의 28일 낮 최고기온이 44.4도에 이르러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워싱턴주 시애틀은 지난 주말 38.9도를 찍으며 기존 최고 기록(39.4도)에 근접한 데 이어 28일에는 42.2도까지 올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NWS는 예측했다. 태평양 인근인 미 북서부 지역의 예년 이달 평균 기온이 20도 초·중반대였음을 감안할 때 10~20도가량 웃도는 폭염이다. NWS는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울 북서부 지역뿐 아니라 캘리포니아, 네바다주 등 남부에도 폭염이 예상되며 화재 위험성이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포틀랜드 등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곳에서는 경제 재개에도 불구하고 일부 상점이 문을 닫기도 했다. 오리건주는 무더위를 피하려는 주민들을 위해 수영장, 영화관, 쇼핑몰 등의 코로나19 관련 인원 제한을 해제했다.


평소라면 서늘했을 러시아와 동유럽도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최근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상승해 모스크바 주민들은 1901년 이후 120년 만에 가장 더운 6월을 보내고 있다. 우크라이나, 세르비아,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도 이달 들어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루마니아는 40도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겨울부터 세계에 이상기후가 이어지고 있다. 원인은 지구 온난화다. 북극 기온이 상승하면서 지난해 말부터 북극의 찬 공기가 약해진 제트기류(대기 상층부에서 동쪽으로 부는 강풍)를 돌파해 남쪽으로 향하는 ‘음의 북극진동’이 일어났다. 이 때문에 지난겨울 세계는 혹한을 경험했다. 최근에는 북극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면서 예년보다 따뜻한 공기가 세계로 흘러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댄 피터슨 NWS 기상학자는 최근 미국에서 더위가 극심해진 이유에 대해 “캘리포니아, 유타, 네바다주에 가뭄이 들면서 열을 흡수하지 못한 결과 북서부 지역에까지 이상고온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더위, 가뭄 등 이상기후는 이제 세계의 ‘일상’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영국 기상청의 니코스 크리스티디스 연구원은 “2000년대만 해도 유럽에서 폭염은 남부에서만 한 세기에 두 번가량 일어나는 일이었다”며 “이제는 10년에 두 번씩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기업들은 기후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최근 수차례 극심한 가뭄을 겪은 끝에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공업용수를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미 원자재 시장에서는 이상기후가 변수로 떠올랐다. 냉방기기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세계 천연가스 가격과 대체재인 석탄 가격이 뛰었다. 이상기후로 작황이 나쁠 경우 농산물 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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