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명당'에 캠프 차린 대권주자들

입력 2021-06-29 17:33   수정 2021-06-30 02:16

여야 대선 주자들이 과거 대통령을 배출한 빌딩에 대선 캠프를 마련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과거 대선 후보 시절 임차했던 빌딩에 살림을 차렸고, 이재명 경기지사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있던 빌딩에 사무실을 계약했다. 대통령을 배출한 빌딩은 정치권에서 ‘명당’으로 평가받으면서 입주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최근 서울 수송동 이마빌딩 9층에 캠프 사무실을 마련했다. 이곳은 이 전 총재가 1997년 대선 당시 캠프를 차린 건물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사무실 보증금은 1억5000만원, 임차료는 월 1500만원으로 윤 전 총장이 전액 사비로 지급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선두주자인 이 지사는 여의도에 캠프를 차린다. 이 지사는 지난 28일 국회의사당 인근 극동VIP빌딩의 사무실을 계약했다. 극동VIP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당선 당시 캠프 본부로 사용해 여의도를 대표하는 ‘선거 명당’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4·7 재·보궐선거 당시 시장 선거 캠프로 사용했다. 이 지사와 민주당 후보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최문순 강원지사도 극동VIP에 캠프 사무실을 냈다.

여의도는 국회와의 접근성 때문에 대부분 대선주자가 선호하는 캠프 소재지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여의도 대산빌딩에 캠프 사무실을 차렸다. 이곳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당선될 당시 사용한 곳으로, 민주당 정치인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빌딩이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여의도 용산빌딩에 사무실을 차렸다. 이광재 의원은 이 지사가 지난 대선 당시 입주했던 비앤비빌딩에 캠프를 설치했다.

과거 선거 캠프는 주로 1년 미만 단기로 계약하는 특성 때문에 건물주들의 선호도가 낮은 임대 대상이었다. 언론인과 지지자들이 수시로 캠프를 드나드는 점도 건물주가 임대를 꺼리게 했다.

하지만 여의도 공실률이 오르고, 당선자를 배출한 빌딩에 ‘명당’ ‘용을 품은 곳’이라는 평가가 생기면서 건물주들도 이전보다 호의적으로 정치인과의 계약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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