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공능력평가에서 6위였던 대우건설에 중흥토건(15위)과 중흥건설(35위)을 합하면 평가 순위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에 이은 3위가 된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 인수는 창업주인 정창선 중흥건설그룹 회장(사진)의 오랜 꿈이다. 정 회장은 1983년 금난주택건설을 모태로 계열사를 늘리며 중흥건설을 호남지역 대표 건설사로 키워냈다. 2000년대 초 아파트 브랜드 중흥S-클래스를 내세워 수도권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올해 자산 규모 9조2070억원, 재계 순위 47위로 대기업 반열에 올라섰다.
중흥건설은 그러나 여전히 지역 기반 건설사라는 이미지에 머물렀다. 정 회장은 평소 지인들에게 중흥건설을 전국민 누구나 아는 아파트 브랜드를 보유한 회사로 키우고 싶다는 얘기를 종종 했다. 이를 위해 인수합병(M&A) 기회를 꾸준히 노려왔다. 그는 지난해 1월 기자간담회에서 “해외사업을 많이 하는 1조원대 대기업 건설사를 3년 내 인수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의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돼 온 이유다.
올해 초 때가 왔다. 정 회장은 대우건설 매각 움직임이 보이자 발 빠르게 인수 작업에 들어갔다. 세부 작업은 물론 막판 베팅까지 진두지휘했다. 내부에서 일부 반대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강한 추진력으로 밀어붙였다는 후문이다. 시장 예상을 웃도는 가격 탓에 ‘승자의 저주’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도 있지만 회사를 더 크게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탄도 충분히 확보했다. 중흥건설은 KB증권으로부터 1조원가량의 인수금융 투자확약서(LOC)를 받았다. 인수 실무는 미래에셋증권이 맡았다.
중흥건설은 대우건설이 보유한 대표 브랜드 푸르지오의 전국적 인지도와 시공능력을 토대로 전국 대표 건설사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면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들어 수주를 확대하는 등 사업에 활기를 띠고 있다. 실적도 개선됐다. 지난해 매출 8조1367억원, 영업이익 558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매출 2조2914억원, 영업이익 2533억원으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4분기 영업이익만 보면 업계 1, 2위인 삼성물산(1350억원)과 현대건설(899억원)을 제쳤다.
중흥은 대우건설의 해외 건설 노하우를 토대로 글로벌 시장에도 적극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나이지리아 이라크 모잠비크 등 해외 거점국가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연이어 따냈다. 정원주 중흥건설 부회장은 “코로나19 이후 해외 건설 수요가 늘고 있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국내에서는 시공뿐 아니라 시행(디벨로퍼)에도 나서 외형과 수익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 후 통합 작업(PMI)은 난항이 예상된다. 인수자인 중흥건설은 업력과 브랜드 등에서 대우건설에 비해 체급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양사 간 인력, 시스템 등의 통합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흥건설은 현재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와 세부 협상을 마무리한 뒤 2주 내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중흥건설은 이때 이행보증금 500억원을 내야 한다. 인수를 포기하더라도 돌려받을 수 없는 돈이다. 매각 불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KDB인베스트먼트가 마련한 안전장치다. 중흥건설은 한 달여간 상세 실사를 거쳐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김채연/은정진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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