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시 코렌스 제1공장. 1일 찾은 이곳에선 로봇팔이 넓은 은색 접시 모양의 알루미늄 부품 치수를 쟀다. 미세하게 파인 홈 사이의 0.001㎜ 편차까지 데이터로 남겼다. 이어 로봇팔이 부품 가장자리에 샤프심 굵기로 특수 금속 접착제를 발랐다. 접착제가 가장자리로 튀어나오지 않게 인공지능(AI)으로 찾아낸 최적량이다. 첨단 스마트설비로 자동차 배기가스 재순환장치인 ‘EGR쿨러’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코렌스는 EGR쿨러 세계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다. EGR쿨러는 자동차 엔진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를 식혀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장치다. 코렌스는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설비를 100% 자동화하는 ‘무인공장’에 도전하고 있다. 조용국 코렌스 회장은 “불량률 제로를 목표로 현재 85% 수준인 생산 자동화율을 100%까지 끌어올린 무인공장을 실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렌스는 이를 위해 기존에 도입한 기업자원관리시스템(ERP), 제품수명관리시스템(PLM), 생산관리시스템(MES)의 통합을 2022년까지 마칠 계획이다. 생산시설을 가상화해 반복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 시스템 구축도 준비 중이다.
코렌스는 작년 매출 5500억원(해외 법인 매출 포함)을 기록한 자동차 부품 제조 전문 중견기업이다. 현대자동차·기아와 BMW, 포드, GM, 크라이슬러, 푸조 등 전 세계 완성차 업체의 대부분은 코렌스의 EGR쿨러를 장착하고 있다.
코렌스는 금속공학을 전공한 조 회장이 방산기업에서 근무하던 1990년 창업했다. 각종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는 2차 벤더 회사로 자리 잡았다.
유럽의 새로운 환경 규제인 ‘유로4’ 시작을 앞둔 1998년 조 회장은 승부를 걸었다. 강화되는 기준을 충족한 부품을 개발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조 회장은 5년간의 연구 끝에 배기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EGR쿨러를 개발했다. 이후 해외 완성차 회사들에 납품을 시작했다.
매년 50% 이상 매출이 늘어나며 급성장한 코렌스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1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2011년 품질 불량 이슈가 터졌다. 뒤이어 폭스바겐의 디젤차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 사건, BMW 차량 연쇄 화재 사건 등이 발생했다. 조 회장은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기술혁신과 품질 경영을 강화했다. 그는 “고객사가 요구하는 스펙보다 뛰어난 설계 기준을 만들어 역으로 제안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춰야 했다”며 “제품을 생산하는 전 공정의 데이터도 지속적으로 축적해 불량 발생 시 역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코렌스는 지멘스인더스트리와 협업해 2016년부터 주요 공정에 관한 데이터를 축적했다. 2017년에는 생산라인 자동화를 시작했다. 조 회장은 “2018년 이후 생산성이 15% 이상 향상됐다”고 했다. 자동화 라인의 품질 불량 지수는 1만ppm(100만 개 중 1만 개)에서 500ppm(500개) 이하로 낮아졌다.
코렌스는 협력사의 스마트팩토리 도입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협력사가 납품하는 반제품의 불량이 없어야 완성품의 불량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지난해부터 20여 개 협력사와 데이터 연계 작업을 하고 있다”며 “협업 제조 분석 시스템을 도입해 부산과 울산, 경남 지역 산업단지의 상생 협력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양산=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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