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14만원 인상' 걷어차고 정년연장까지 요구하는 현대車 노조

입력 2021-07-01 17:21   수정 2021-07-02 06:59

‘기본급 월 5만원 인상, 성과급 100%+300만원, 격려금 200만원, 총액 기준 1인당 평균 1114만원.’ 현대자동차 사측이 올해 노조에 제시한 임금인상안이다. 웬만한 직장인이면 부러워서 입이 안 다물어질 정도다. 그런데 노조는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준비를 시작했다. 기본급 월 9만9000원 인상,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64세로 정년연장 등 노조 측 요구가 수용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올해 실적이 호조인 데다 지난해 기본급이 동결됐다는 점을 내세우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2분기 실적은 7년 만에 최대인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가 오히려 수요를 끌어올리며 미국 SUV 판매가 3~5월 3개월 연속 신기록을 달성했고, 국내 시장에서는 제네시스 등 고가 차량 판매가 5월까지 68% 증가하는 등 호조다. 하지만 이는 수요 증가에 따른 ‘깜짝 실적’일 뿐, 현대차의 경쟁력이 높아진 때문으로 보는 것은 무리다.

지금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로 전환하는 격변기를 맞고 있다. 이를 위한 투자와 사업 및 인력 재배치가 곧 미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기차만 해도 내연기관보다 필요 인력이 30~40% 적다고 한다. 판매 역시 온라인 판매가 중심이 되면 소요 인력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와중에 국민연금에 맞춘 정년연장과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는 경쟁력은 도외시한 채 기득권만 챙기려는 행태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MZ세대가 중심인 현대차 사무직 노조도 생산직 노조의 정년연장 등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낸 바 있다. 현대차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는 잘 알려진 대로다. 1억원에 가까운 연봉을 받으면서도 국내 공장의 생산성은 전 세계 현대차 사업장 중 사실상 꼴찌다. 그런데도 툭하면 파업을 해왔다.

올해도 파업을 벌일 경우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본격화하면서 실적 호조세는 물거품처럼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벌써 미국에선 재고가 바닥을 보이고 국내 출고 대기도 6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다. 파업은 미래 모빌리티 전환에도 차질을 불러올 게 뻔하다. 현대차는 갈림길에 서 있다. 과도한 직원 복지로 파산했던 GM의 길을 갈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미래차 업체로 거듭날지. 올해가 이를 결정하는 해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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