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시장에서 로봇과 인간의 대결은 늘 인간의 승리였다. 과거 데이터에 의존해 투자하는 만큼 리스크를 감내한 인간의 결단보다 높은 수익을 거두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 로봇에 인공지능(AI)을 가미한 이들은 ‘자산배분’, ‘안정적인 수익률’에 방점을 뒀다. 성장주와 가치주가 주도주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맞선 올해의 성과는 어땠을까?
1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체 로보어드바이저펀드(15개)의 평균 수익률은 7.87%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11.95%, 해외주식형 펀드는 11.01%를 기록했다.
로보어드바이저펀드의 성과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하는 배당주펀드(11.07%)에도 못 미쳤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물론 1년, 3년, 5년 수익률 모두 배당주 펀드를 넘어서지 못했다. 굳이 로보어드바이저펀드를 택하지 않아도 우량 기업에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거두는 배당주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줄곧 유리했다는 얘기다.
AI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진 자산배분펀드 역시 여전히 인간이 로봇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로보어드바이저 방식을 택한 신한SHAI네오자산배분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87%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펀드매니저가 직접 운용하는 삼성EMP리얼리턴플러스는 같은 기간 10.38% 수익을 냈다.
주식 비중이 높은 펀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로보어드바이저펀드 가운데 수익률이 가장 높은 에셋플러스알파로보코리아인컴펀드는 연초 이후 21.34%의 수익을 냈다. 자체 데이터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해 종목을 선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한온시스템, 삼성전자 우선주, 현대글로비스 등을 주로 담고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 펀드 수익률(36.69%)에는 크게 못 미친다. 주도주가 급변하는 시장에서 로봇보다 인간이 더욱 종목을 잘 추려냈다는 분석이다.
일부 펀드에선 로봇과 인간이 엇비슷한 수익률을 올렸다. 키움쿼터백글로벌EMP로보어드바이저는 올 들어 주식혼합형이 9.20%, 채권혼합형이 3.8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키움불리오멀티에셋EMP(주식혼합형 환헤지상품)도 같은 기간 6.08% 수익을 냈다. 매니저가 운용하는 KTB글로벌멀티에셋인컴EMP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6.63%다.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성준석 KTB자산운용 매니저는 “작년 급등장에 이어 성장주와 가치주가 역대급 로테이션을 이뤄낸 올해 증시에서도 로보어드바이저펀드가 크게 장점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수익률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반면 조홍래 쿼터백자산운용 대표는 “자산배분 전략 수립에 필요한 광범위한 데이터 분석에는 로보어드바이저 방식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점차 수익률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로보어드바이저펀드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주식투자자가 급증한 상황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고객몰이에 나선 곳이 늘어난 영향이다. 간편하고 감각적인 투자를 원하는 젊은 층의 성향과 잘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로보어드바이저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들의 자산 규모는 올 들어 20%가량 증가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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