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예약 줄줄이 취소…준비한 식재료 모두 버릴 판"

입력 2021-07-01 17:43   수정 2021-07-09 15:47


“친구끼리의 약속도 하루 전에 이런 식으로 깨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손님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미리 준비해 놓은 식자재는 누가 보상해주나요.”

수도권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이 1주일 유예되자 자영업자들은 1일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초 서울·경기·인천에서는 6인까지 사적모임과 밤 12시까지 매장 내 취식이 가능한 거리두기 개편안이 이날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세지면서 방역당국은 오는 7일까지 현 체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최근 급격히 늘어난 확진자 수를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이기는 하다. 하지만 새 거리두기 체계에 맞춰 장사를 준비하고 있던 자영업자들은 시행 하루 전 전격적으로 연기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서울 관철동 ‘종각 젊음의 거리’ 인근에서 이날 점심시간에 만난 횟집 주인 A씨는 “5~6명 규모의 예약이 많이 들어와 직원들과 그에 맞춰 식재료를 준비했는데, 모두 날리게 됐다”며 “어떻게 정책을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이 바꿀 수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의도동 국제금융로에 있는 고깃집 점장 B씨도 “개편안 시행이 유예되면서 10건 이상의 예약이 줄줄이 취소됐다”며 “‘나눠서 앉을 테니 식사하게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거절했다”고 말했다.

집합금지 조치로 그동안 영업이 전면 금지됐던 유흥주점 사장들은 영업 재개를 기대하고 직원을 다시 불러 모았지만 허사가 됐다. 수유동에서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는 김기준 씨(71)는 “직원들과 함께 ‘앞으로는 별탈 없이 영업할 수 있게 해달라’는 뜻으로 고사를 지내다가 집합금지 유지 소식을 들었다”며 “다른 일자리를 그만두고 다시 돌아온 직원도 있는데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최근 감염력이 더 센 델타 변이가 국내에 확산하면서 자영업자들은 마음을 졸이고 있다. 하필수 노래연습장협회 회장은 “1주일 뒤 거리두기가 완화된다고 해도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면 원상복귀될 것 아니냐”며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회원 업체 모두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주 중반께 새 거리두기 적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주말까지 상황을 본 뒤 다음주 월~수요일에 각 지방자치단체와 논의해 다음주 중후반까지 수도권 거리두기 개편안 적용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한종/최다은/최예린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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